미국 정부가 북한에서 체포돼 재판 받고 있는 자국 여기자 2명이 석방될 경우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특사로 파견할 방침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미 정부는 여기자 석방에 대비, 앨 고어 전 부통령보다는 리처드슨 주지사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며 "리처드슨 주지사는 북한과의 협상 경험도 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워 우선적인 카드로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은 미국 입장에서 상징적 의미가 커 부담이 있다"며 "관건은 북한이 여기자들을 과연 조기에 석방할지 여부이며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없다면 특사 방북을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그 동안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문제 해결을 위해 특사를 파견한 선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조용한 해결 원칙 아래 특사 파견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여러 차례 방북했으며 1996년 8월 미국인 에반 헌지커씨가 압록강을 헤엄쳐 북한 땅에 들어갔다 체포된 뒤 3개월 만에 석방될 때 특사로 평양에 파견된 적이 있다. 94년 12월 미군 헬기 격추 때도 마침 평양에 있다가 생존 조종사 석방 협상을 벌였다.
북한은 3월17일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 중이던 미국 커런트TV 소속 여기자인 유나 리(한국명 이승은), 로라 링을 체포했고 적대 행위와 불법 입국 등의 혐의로 기소, 4일 첫 재판을 진행했으나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북한이 재판을 진행한 뒤 이들을 추방 형태로 석방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고 이 과정에서 미국의 특사 파견 문제도 검토되고 있다.
한편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여기자 재판 진행과 관련, "참관인 없이 재판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재판이 불투명한 절차로 진행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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