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자들이 '개성공단 실무회담 11일 개최' 합의로 50여일 만에 다시 마주 앉게 됐다. 하지만 의제를 두고 남북 양측이 '동상이몽'인 상황이고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 주변의 긴장도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에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과 관련된 자신들의 일방적 정책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4월21일 개성공단 관련 첫 남북 접촉 당시 "김대중 정부 이후 개성공단에 부여해왔던 노동자 임금, 토지임대료, 세금 분야 등의 혜택을 철회하겠다"고 통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켰다. 이후 지난달 15일 통지문을 공개해 이를 공식화했다. 북측으로선 또 다른 강수를 위해 이번 회담이 필요했을 수 있다.
반면 정부는 3월30일 개성공단에서 체포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 해결의 돌파구 찾기가 최우선적 과제다. "개성공단이 유지되려면 유씨 신변 안전 보장은 본질적 문제"라는 논리로 북측을 압박하기도 했으나 4ㆍ21 접촉에도 불구, 북측 무시전략으로 문제해결에 진전이 없자 정부의 답답함만 커졌다.
그러다 유씨가 지난달 20일 이후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평양으로 압송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더 다급해졌다. 그러다 북측이 5일 '개성공업지구와 관련된 실무접촉을 11일에 갖자'고 제의하자 이를 바로 수용한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정부가 유씨 문제를 논의한다는 보장도 받지 않고, 북측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새 규정을 통보할 가능성이 높은 회담에 나가기로 한 것은 유씨의 신변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전했다. 남북간 회담 합의가 이뤄진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회담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유씨의 안전을 어떤 식으로든 확인하고, 남북 통행 체류 합의서에 따라 석방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북측은 2000년 이후 대화를 총괄해온 노동당 통일전선부 회담 일꾼 대신 개성공단 실무를 담당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국장을 회담 대표로 내보낸다. 임금, 토지임대료 등 자신들이 필요한 이야기만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달 15일 통지문에서 "개성공단 관련 기존 법규와 계약의 무효를 선포한다. 법 규정 기준이 개정되는 데 따라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 회담은 그 사이 마련한 규정을 전달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핵실험 강행 등으로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남북이 함께 자리한다는 것 자체가 조그만 위안과 기대를 갖게 하는 측면은 있다. 북측이 회담 장소를 남북 경협사무소라고 미리 밝힌 것도 회담의 형식은 갖추겠다는 긍정적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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