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7일 북한을 8개월 만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강도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 공화당 등 보수파로부터 테러지원국 재지정 요구가 빗발쳤으나, 미국 국무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일 전래 없이 강력한 어조로 북한을 비판하는 등 주말을 기해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강경기류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또 쉽게 합의할 것으로 보였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제재가 중국과 러시아의 소극적 입장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강공을 선택해 북한 주변국들을 리드하려는 계산도 숨어있다. 힐러리 장관이 7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최근 핵실험이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한층 더 긴밀한 협력을 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유엔에서 추가제재가 논의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까지도 무기금수 등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힐러리 장관은 특히 "미국은 독자적으로 북한의 자금흐름을 철저히 봉쇄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인정하면서 "만일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방안이 마련되지 못하면 동북아지역에 무기증강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암시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65주년 기념식 참석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북한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과거와는 다른 대응 의지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행동은 엄청나게 도발적"이라고 운을 뗀 뒤 북한의 '잘못된' 행동과 이에 대한 미국의 '잘못된' 보상이라는 과거의 행태를 수 차례 비판했다.
그는 "북한은 끊임없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고, 미국은 이에 대해 보상하는 방식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매우 진지하게 앞으로의 대응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시험하는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하는 등 도발적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며 "도발에 보상하는 정책은 더 이상 계속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지금까지 나온 미 행정부의 대북 비판 기조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강도가 전례 없이 강하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비판하면서 감정적이고 직접적인 수사를 반복적으로 동원한 것은 처음이다. AP통신 등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매우 무뚝뚝한 언사'를 사용한 것은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구체적인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미국 언론들은 금융제재와 같은 비군사적 대응이 초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대북 군사대응 여부에 대해 "우리가 노력을 기울이는 초점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뒤 "미군을 한국에 추가 파병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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