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여년 전 백제에서 곡식을 걷어 공출하는 과정 등을 기록한 목간(木簡) 28점이 출토됐다. 국내 최고(最古)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문이 그려진 목제품 한 쌍도 함께 발굴됐다.
문화재청은 3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고분군(사적 404호)의 지난해 발굴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목간 등 목제 유물을 보존처리 과정을 끝내고 공개했다. 복암리 유적은 사비 백제 시대(538~660)의 것으로, 목간 등이 출토된 곳은 고분군 주변 직경 5.6m 깊이 4.8m의 원형 수혈유구(구덩이 모양의 건축물 흔적)이다.
문화재청은 "복암리 출토 목간은 2000년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나온 목간 37점 다음으로 큰 규모로, 특히 당시 중앙이 아닌 지역에서 발굴돼 백제의 지방통치사를 연구하는 데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굴 당시 상태가 좋아 바로 공개된 3점을 포함해 복암리 유적에서 발굴된 목간은 모두 31점이 됐다.
문화재청은 태극 문양이 그려진 칼처럼 생긴 목제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태극 문양으로 알려진 경주 감은사지 장대석의 태극문(682년)년보다 앞선 것으로 추정되며, 백제 사상에 미친 도교의 영향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목간에는 '대사촌(大祀村)'이라는 마을의 인명과 가축 실태, 수전(水田ㆍ논) 맥전(麥田ㆍ보리밭) 등의 경작 형태, 형(形)이라는 토지 단위 및 '72석(石)' 등의 소출량 등이 기록돼 있어 백제 경제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는 길이 60.8cm 너비 5.2cm 두께 1cm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굴된 것 중 가장 큰 목간도 포함돼 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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