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74) 대주교가 시집 <아득한 여로> (문학세계사 발행)를 냈다. 1990년 첫 시집 <일기> 를 낸 후 20년 만에 발표하는 두 번째 시집이다. 일기> 아득한>
2007년 대구대교구장을 끝으로 성직에서 은퇴한 이 대주교의 시는 담백한 언어와 순한 상상력으로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다. '하마터면 부를 뻔한/ 네 이름/ 그냥 머금고// 먼 들판을/ 헤매는/ 마음/…/ 다시 부르지도 못하는/ 시간들을 돌려보내고서도/ 또 하마터면 부를 뻔한 네 이름'('그리움7')처럼 세월만큼 아득한 인간적 그리움을 담은 시편이 있다.
그런가 하면 '소성당(小聖堂)에 앉아/ 눈을 뜨니 문득/ 색유리의 빛이 온통/ 눈에 와 닿는다/…/그러나 한낮에,/ 더구나 나이 먹고는 한 번도/ 하늘의 해를 볼 엄두도 못 내었는데,/ 오늘은 성당 안에서 해를 보았다'('햇빛')처럼 햇살, 세월, 시간 등 현상과 관념에 대한 단순하면서도 깊은 통찰을 보이기도 한다.
시인 이태수씨는 이 대주교의 시세계를 '그지없는 사랑의 시학'이라고 평했다. "사람을 향한 이문희 대주교의 하염없는 길 나서기와 꿈꾸기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연민과 사랑이 자리잡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그지없는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삶과 일치를 이루려는 순례의 여정들로 넘쳐난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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