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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게이트 수사 용두사미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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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게이트 수사 용두사미 되나

입력
2009.06.0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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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사실상 좌초 상태에 놓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2주 가까이 지나도록 검찰 책임론이 가라앉지 않는 데다, 임채진 총장의 사퇴로 검찰 내부도 크게 동요하고 있어 수사를 이끌어갈 동력이 소진된 분위기다.

4일 대검 청사는 전날 임 총장의 전격 사퇴에 따른 충격 탓인지 적막감과 침울함이 감돌았다. 중수부 수사팀은 이날도 사건 관련자 3,4명을 소환하는 등 예정됐던 수사는 그대로 진행했지만, 한창 수사가 진행될 때의 활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 여건이 바뀌자 일부 피의자는 소환에 응하려 하지 않고, 참고인들이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검찰 수사가 벽에 부닥쳤다는 것이다.

수사 착수 이후 두 달여간 검찰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불법자금을 받은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소환하는 등 거침없이 내달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급속히 힘을 잃었고, 급기야 '살아있는 권력'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특히 "사태를 우선 수습하겠다"고 했던 임 총장의 중도 사퇴에 검찰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검찰은 내우외환에 빠진 현 상황을 최대한 빨리 추슬러 남은 수사를 제대로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바람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검찰 내부에서조차 '중수부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수사팀이 무리한 수사를 강행한 결과, 검찰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게 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는 검찰의 중립성 확보 차원에서 중수부 수사기능의 존폐여부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 수사팀을 일단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교체해 사건을 마무리할 것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로선 하루라도 빨리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상책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라리 새 수사팀으로 진용을 꾸려 사태를 매듭짓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장이 기각된 천 회장에 대해서도 불구속 기소냐, 전면 재수사냐 등으로 검찰 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락한 검찰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선 천 회장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부터 가라앉히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로선 이번 수사가 '용두사미'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검찰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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