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첫 공판서 '공황상태'/ 주소도 머뭇… 진술 연기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규진)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아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재직 중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백화점 상품권 1억원과 현금 3억원을 받고, 12억5,000만원의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로 지난달 초 구속 기소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구속집행정지로 지난달 27~29일 김해 봉하마을에 조문을 다녀온 뒤 다시 수감된 정 전 비서관은, 이날 공판 내내 매우 고단하고 지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첫 절차인 인정신문에서는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머뭇거리며 겨우 대답을 이어갔고, 본적지의 번지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신적 부담 때문에 피고인이 공황 상태에 가까운 불안 상태"라며 "진술이 이랬다저랬다 하기 때문에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진술은 피고인의 심신이 회복되는 대로 다음 기일에 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도 "심정이 황당(황망이라는 표현을 잘못 말한 것으로 보임)하고 곤란스러운 상황입니다"라며 변호인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영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