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가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절제된 언어 속에 담긴 고인의 번민을 곱씹고 사람들은 여러 생각에 잠겼다. 인간은 가도 말과 글은 영원히 추억으로 기억된다.
스포츠에서도 거룩한 명언으로 팬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살아 있는 스타가 많다.
피땀을 흘려 숱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그 분야의 최고 선수가 되기까지 몸으로 터득했던 철학을 한마디로 압축한 스타들의 격언에는 시대를 초월한 감동이 있다.
'철마' 루 게릭의 고별 연설은 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주포로서 2,130경기에 연속으로 출장해 '철마'로 불렸던 게릭은 근육이 마비되는 희귀병에 걸려 1939년 7월5일 양키스타디움에서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
게릭은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속에서도 "나는 지구상에서 최고의 행운아"라는 말을 남기고 17년간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팬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훗날 '루 게릭 병'으로 명명된 이 병으로 투병하다 2년 후 생을 마쳤다. 그의 연속경기 출장기록은 1995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3루수 칼 립켄 주니어가 기록을 깰 때까지 56년간 이어졌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명언을 남긴 복싱계의 신화 무하마드 알리는 "챔피언은 체육관에서 탄생하는 게 아니다. 마음속 깊이 품어온 열망, 꿈, 비전이 챔피언을 만든다"고 말했다.
흑인 차별에 대항하고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알리는 "상상력이 없는 이는 날개가 없는 사람"이라며 자유로운 영혼을 중시했다.
1952년 헬싱키올림픽 남자 육상 5,000m, 1만m, 마라톤 등 3종목을 동시에 석권한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펙은 기자회견에서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는 말로 우승소감을 피력했는데 "러너는 가슴 가득 꿈을 안고 뛰어야 한다. 호주머니 가득 돈을 채운 자는 진정한 러너가 아니다"고 일갈 했다.
그는 이어 "한 번의 훈련으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을 채찍질하며 수백, 수천 번 훈련했을 때, 신체의 여러 부분에서 발전이 일어날 것이다. 비가 온다고? 그건 문제가 안 된다. 피곤하다고? 그 또한 문제가 안 된다. 의지력이 있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1950년대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았던 뉴욕 양키스의 명포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고전의 반열에 까지 올랐다. 끝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이 말은 역대 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유명 인사들이 단골로 인용하는 코멘트다. 이런 베라의 어록은 '요기즘'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타이틀 12개를 포함해 총 39차례나 우승한 빌리 진 킹은 "챔피언은 '챔피언'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쉬지 말아야 한다"며 끝없는 노력을 강조했다.
통산 755개 홈런을 쏘아올린 행크 아론은 "내 좌우명은 언제나 스윙하는 것이다. 슬럼프에 빠지거나 기분이 나쁠 때, 운동장에서 문제를 겪고 있을 때도 항상 스윙을 했다"면서 성공 비결로 끊임없는 훈련을 들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도 "농구 인생에서 9,000번의 슛을 실패했고 300경기에서 졌다. 그 중 26차례는 내게 결승 슛을 넣을 찬스가 왔지만 놓쳤다. 수없이 실패했으나 끝없는 도전과 연습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국내 프로야구 김인식 한화 감독도 후배 감독들에게 "300승, 300패는 해봐야 야구를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2002년 월드컵 4강신화를 일군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할 때 즐겨 쓴 "우리는 70%의 플레이만 훌륭했다. 나머지 30%는 더욱 노력해서 채워야 한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라는 어록도 빼놓을 수 없다.
냉혹한 승부의 현장에서 체득한 명언도 수두룩하다.
미국프로풋볼(NFL) 살아있는 전설 빈스 롬바르디는 "한번 포기하는 것을 배우고 나면 그것은 습관이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또 "우리는 패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모자랐을 뿐이다", "승리가 전부는 아니다.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등 주옥 같은 말을 쏟아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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