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일 청와대로 7대 종단 대표들을 초청,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고언들이 쏟아졌다. 이 대통령은 대부분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종단 대표들은 이 대통령에게 우선적으로 소통 노력을 주문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는 A학점일지 모르나 정치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며 "소통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다른 참석자는 "옛날에도 '칭찬만 난무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왕실에 있었다. 정부 내에서 칭찬과 비판의 두 날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내부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또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면서 설득하는 여유를 보여 달라"는 국민과의 소통을 주문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통령이 불철주야 어렵게 노력하지만 무엇보다 심장부가 잘해야 한다"고 청와대 참모진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제기되는 책임론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 많았다. 한 참석자는 "부정부패 단속이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말없는 다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참석자는 "이번 서거 정국에서 일부 방송의 보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중앙대 등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한 참석자는 "과거 선인들은 항상 나라와 시대 걱정을 함께 했고, 이것이 바로 '선우후락(先憂後樂)'이다. 지식인의 상징인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면서 북한의 세습이나 핵실험은 왜 언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묵묵히 듣던 이 대통령은 "6ㆍ15 및 10ㆍ4 선언에 반대한다는 오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6ㆍ15, 10ㆍ4 선언을 포함해 모든 남북간 합의를 존중해야 하고 그 이행방안을 만나서 협의하자고 이야기해왔다.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잘 새겨듣겠다.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말하고 종교계 의견을 정기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도록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에 지시했다.
오찬 서두에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거론하며 "뜻밖의 국사에 많이 상심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운산 태고종 총무원장(불교),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개신교), 김희중 주교(천주교), 최근덕 성균관장(유교), 이성택 교정원장(원불교), 김동환 교령(천도교),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당초 불교계 초청 대상인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불참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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