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살라무 알라이쿰(안녕하십니까)."
4일 오후 이집트 카이로대학 그랜드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과 서방의 화해를 강조하는 역사적 연설에 앞서 아랍어로 인사하자 3,000여명의 청중은 환호와 함께 우레와 같은박수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인용, "신을 깨닫고 늘 진실을 말하라는 말이 있다며"난 그런 확신을 내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공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 지금 기독교인이지만 나의 아버지는 무슬림 세대가 포함된 케냐 가문"이라고 말해 무슬림 청중에 친근감을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코란, 유대인의 탈무드, 성경에서 평화를 사랑하라는 내용의 문구를 각각 인용하기도 했다. 50여분간 진행된 연설이 끝나자 청중들은 오바마가 퇴장할 때까지 기립박수를 보내며 "오바마!"를 연호했다.
이날 연설은 아랍권 대표방송 알-자지라, 알-아라비야를 통해 중동 대부분의 지역에 방송된 것은 물론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아랍어, 이란어, 우르드어 등 13개 언어로 번역된 연설문이 함께 제공됐다. 백악관은 이와 함께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등 온라인 인맥구축서비스(SNS) 사이트에도 연설문을 게재, 회원간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했고 미 국무부는 신청자에게 연설문을 휴대전화로 발송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아랍 세계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했으나 일각에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대변인 나빌 아부 르다이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지지한다는 그의 연설은 훌륭한 출발이며 새 미국
정책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호평했다. 이라크의 알리 알-답바그 대변인도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까지 이라크에서 철군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해줌으로써 이라크 정부는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강경정파 하마스의 대변인 파우지 바룸은 "구체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연설이었다"면서도 "미국의 이미지를 치장하려는 목적에서 고상한 말로 채워진 연설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등모순된 부분도 많았다"고말했다.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오바마의 중동 방문은 파키스탄 스와트계곡의 참상을 감추려는 거짓 행동으로 새로운 증오와 복수의 씨앗을 뿌릴 뿐" 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3일 오바마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 이집트, 독일, 프랑스 등 4일간의 유럽·중동 4개국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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