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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 변화 계기 돼야 할 '형님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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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 변화 계기 돼야 할 '형님 퇴진'

입력
2009.06.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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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어제 한나라당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당과 당무, 정치 현안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연석회의 도중에 자리를 뜨는 상징적 행위로 자신의 다짐을 확인했다.

이 선언을 곧바로 '2선 후퇴'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는 연석회의를 떠났지만, 지역구 의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위원, 한일의원연맹 회장의 역할은 그대로 남았다. 애초에 '만사형통'이나 '형님 정치'가 가리킨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연석회의와 같은 공식적 차원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사적 지위와 여당의 원로 의원이라는 공적 지위의 결합에서 나왔다.

대통령을 향해 권력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쏠리는 한국 정치문화의 특성상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끊임없는 관심과 그 결과인 영향력을 뿌리치기 힘들다. 이런 실상에다 그에 따르는 오해와 과장이 그가 토로한 "고통스러운 나날"의 내용일 것이다. 단순히 연석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정치현안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결심만으로는 좀처럼 막기 힘든 관심과 영향력의 쏠림이다.

주지하듯 그의 영향력의 원천은 편안하게 이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가 진정으로 세상의 불편한 관심에서 벗어나겠다면 집안 대소사를 빼고는 동생과의 만남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실질적 방책이 될 것이다. 또한 정ㆍ관ㆍ재계 인사들이 대통령과의 간접 소통을 위해서, 또는 자신의 영향력을 드러내려고 이 전 부의장과 접촉하려는 뜻을 접어야 한다. 사소하고 우연한 접촉을 과장되게 떠벌리면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전 부의장의 선언은 인간적 고통의 토로와 함께 이뤄졌다는 점에서 진솔하다. 무엇보다 그의 정치 관여 중단 선언으로 여당의 '앓던 이' 하나가 빠질 것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4ㆍ29 재보선 참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 열기가 드러낸 민심의 국정쇄신 요구에서 여당에 대한 '형님 정치' 청산과 지도부 개편은 빼놓을 수 없다. 여당 지도부가 짐짓 그의 선언을 결단의 계기로 삼을 만하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이를수록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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