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중앙대를 필두로 확산되고 있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현주소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교수들은 선언에서 "지난 수십 년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졌다"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현 상황은 군사독재에 맞서 각계의 민주화 요구가 분출하던 1986,7년 당시와 다르다. 적어도 민주주의의 형식 면에서는 그 시절 치열한 투쟁을 통해 얻어낸 민주화의 성과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유지되고 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합당한가, 그들의 발언에 과연 대표성이 있는가 하는 지적과 반론에도 충분히 이유가 있다.
다만, 민주주의의 내용과 질을 놓고 볼 때 교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등 민주사회의 기본권이 크게 제약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촛불시위 때의 과잉진압과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처리와 서울광장 개방 문제, 미네르바 파동 등에서 그런 측면을 걱정하게 된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의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과격시위나 무책임한 자유가 초래할 역작용을 염려해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지만 권력의 자의적 조치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더욱 큰 문제다.
각 권력기관의 정치권력 편향성 논란도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 경찰의 서투르고 무리한 진압이 부른 용산 참사, 감사원의 정치적 표적 감사 논란 등 이 정부 들어 권력기관의 중립성을 의심케 하는 사례는 많았다. 정권교체를 거듭하며 어렵게 쌓아온 권력기관의 중립성이 흔들린다면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위기다.
교수들이 본분을 떠나 시국선언 형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들의 문제의식이 옳은지 는 분명 논란이 될 만하다. 그렇다고 편향된 일부 교수들의 목소리라고 도외시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이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정치를 하라는 요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거기에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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