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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팔봉비평문학상 시상식/ "김미현의 '젠더 프리즘'은 소통의 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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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팔봉비평문학상 시상식/ "김미현의 '젠더 프리즘'은 소통의 역작"

입력
2009.06.0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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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 김미현(44ㆍ이화여대 국문과 교수)씨에 대한 시상식이 4일 오후4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 상은 한국 근대비평의 개척자인 팔봉 김기진(金基鎭ㆍ1903~1985)선생의 유지를 기려 유족이 출연한 기금으로 1989년 한국일보가 제정했다.

정기상 한국일보 부사장은 김씨에게 상금 1,000만원과 상패를 수여했으며, 팔봉의 장녀 김복희 여사는 기념 순금 메달을 전달했다.

시상식은 심사위원 김인환 고려대 교수의 심사경위 발표, 시상에 이어 문학평론가 김치수씨의 축사, 수상소감 발표 등 순으로 진행됐다.

김치수씨는 "김씨는 수상 평론집 <젠더 프리즘> 에서 남성과 여성을 대립시키는 배타적 페미니즘이 아니라 남성 속의 여성, 여성 속의 남성을 발견하는 포용적 페미니즘이라는 독창적 방법론을 제시했다"며 "빛나는 문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축하했다.

김씨는 수상소감에서 "문학비평은 현실에 대한 반역적인 대응이며 문학비평가는 자신의 방식으로 작가를 두 번 살게 하는 자라고 생각한다"며 "더욱 열심히 읽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에는 팔봉의 3남 김용한씨와 손자 김호동씨 등 유족과 평론가 유종호 김병익씨 등 심사위원을 비롯해, 평론가 홍정선 하응백 신수정 서동욱씨, 소설가 박범신 정미경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신경숙 강영숙 편혜영 오현종 백가흠 이홍씨, 시인 김혜순 정끝별 이원씨, 장은수 민음사 대표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 김미현 수상 소감

나의 문학비평은 두 개의 오독(誤讀)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프랑켄슈타인'을 '과학자' 이름이 아닌 과학자가 만든 '괴물' 이름으로 잘못 안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천일야화'를 '千一夜話'가 아닌 '千日夜話'로 잘못 안 것이다. 물론 부실한 요약본으로 그 책들을 접했던 나의 척박한 유년시절이 그 문학적 사건의 배후에 있다.

헷갈리는 줄거리보다는 어설픈 붕대에 감춰질 듯 드러나고 있는 괴물의 흉측스러움과, 잔인함이 제거된 '열려라 참깨' 류 이야기의 환상성에 심취할 수밖에 없었던 결핍이 오인을 낳은 것이다. 문제는 이야기가 아니라 욕망이었던 것이다. 두려움과 희망이 기억을 왜곡시켰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본래의 이야기를 알고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왜곡에 대한 미련이었다. 부끄러웠지만 궁금했다. 왜 나는 잘못 읽었을까. 더욱이 나와 같이 착각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오독의 원인을 규명하기 시작했다. 프랑켄슈타인을 괴물로 잘못 아는 것은 괴물을 만든 과학자도 괴물과 다를 바 없다는, 즉 괴물을 만든 사람도 괴물이라는 현대문명 비판적 해석이 나를 또다시 놀라게 했다.

'1000일'이 아닌 '1001일'인 데서 오는 무궁무진함의 재강조와 비정형적인 사고, 짝수가 아닌 홀수에 대한 편향성이 나를 자유롭고도 흥미롭게 했다.

무릇 아직도 문학비평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이처럼 오인된 독서에서조차 타당성과 논리성을 추구하는 과정이 나를 창작이 아닌 비평으로 눈 돌리게 했다. 작가는 한 번 쓴다. 반면 비평가는 두 번 읽는다.

잘못 읽고, 그 다음 제대로 읽는다. 이런 수정(revision)과 다시 보기(re-vision)가 문학비평의 본질이기에 나의 비평적 목소리는 오늘도 심하게 갈라지고 있다.

'작가란 가장 먼저 울기 시작해서 가장 나중까지 우는 자'라고 말한 어느 작가의 말을 바꾸면 '비평가란 가장 먼저 읽기 시작해서 가장 늦게까지 기억하는 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열심히 두 번씩 읽겠다.

김미현 문학평론가·이화여대 교수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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