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주식이 비쌀까, 500원짜리 주식이 비쌀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당연히 100만원짜리 주식이 더 비싸지 않겠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답은 이것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 가치가 얼마냐에 따라서 100만원짜리 주식이 쌀 수도, 500원짜리 주식이 비쌀 수도 있기 때문이다.
"30만원짜리 컴퓨터와 10만원짜리 라면 중 뭐가 더 비쌀까"로 질문을 바꿔보면 이해하기가 편하다. 당연히 10만원짜리 라면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이렇게 실제 물품의 가치에 대비했을 때 싸고 비싸고가 결정되는 것이지 가격 하나만 가지고서는 그 여부를 결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는 '저가주가 곧 싼 주식'이라는 오해를 하는 듯 하다. 50만원짜리 주식을 샀다고 하면 '가격을 중시한다는 가치투자자가 그런 비싼 주식도 사나' 하는 반응을 자주 느끼곤 한다. 심지어는 동종업계에 속한 두 개 종목을 놓고 회사의 크기로 비교해봤을 때, 같은 3만원 주가는 말이 안 된다는 반응도 들어봤다. 모두 표면적인 주가로 인한 함정이다.
가치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기준은 주가보다는 시가 총액이다. 시가총액은 발행주식수에 주가를 곱한 것인데, 시장에서 이 회사를 통째로 산다고 가정할 때 지불하는 액수를 의미한다. 즉 같은 3만원짜리 주식이라 해도 발행주식수가 100만주면 시가총액이 300억원이고 1,000만주면 3,000억원이다. 따라서 3만원을 가지고 같은 회사라고 단정짓는 건 무려 10배 차이가 나는 회사를 같은 가격이라고 여기는 것과 다르지않다.
따라서 가치투자자에게 "그 회사는 얼마짜리입니까"라고 물어본다면 "3만원입니다"라는 답보다는 "3,000억원입니다"라는 답을 듣게 된다. 그리고는 이 회사의 장부가치가 5,000억원이니 싸다던지, 순이익이 100억원 밖에 안되니까 비싸다던지 하는 식으로 저평가 여부를 판별하는 영역으로 넘어간다. 이는 주식 한 주를 사더라도 회사 전체를 산다는 가치투자자의 마인드가 극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고평가된 주식을 사게 되는 함정을 피할 수 있다. 500원짜리 주식이 1,000원이 되는 경우 1,000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올라가는 주가를 보고 덥석 이 주식을 살 수 있다.
반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500원할 때 5,000억원 하던 게 1,000원이 되어 1조가 되었다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직관적으로 이 회사가 1조의 가치가 있는가 하는 의문만 던져도 황당한 주식을 황당한 가격에 사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 1,000원이라는 주가로만 본다면 사실 이후에 2,000원을 가건 3,000원을 가건 고평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길 까닭이 없다. 주가만 놓고 보면 3,000원도 여전히 싼 가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호 통재라.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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