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임채진 검찰총장 사퇴/ 참여정부 마지막 총장…자책감에 결국 '불명예 하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채진 검찰총장 사퇴/ 참여정부 마지막 총장…자책감에 결국 '불명예 하차'

입력
2009.06.05 06:51
0 0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알려졌던 임채진 검찰총장이 조기에 사표를 던진 것은 자신을 임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인간적 고뇌'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임 총장이 최소한 수사 마무리까지 책임질 것으로 여겼던 검찰은 수사가 지지 부진한 가운데 책임론의 '격랑'속으로 휘말리게 됐다.

임 총장은 1일 대검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만 해도 "할 일이 남아 있으면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갈 것"이라며 수사가 끝난 후에 사퇴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임 총장이 2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수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자신의 거취문제가 검찰 조직에 부담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사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임 총장은 사표 제출 직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애초 월요일(1일)에 사표를 낼 생각이었는데 한ㆍ아세안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며 "간부회의에서 한 말은 평상적으로 했던 말"이라고 해명했다. 그 동안 조직이 술렁이는 것을 막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을 뿐, 내심은 이른 사퇴를 결심했었다는 것이다. 이어"사표가 수리될 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사찰에 머물 것"이라고 말해 사퇴 번복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사퇴의 변을 밝힌 뒤 오후 2시25분께 서둘러 퇴근했다.

검찰 관계자는 "임 총장은 감성적이고 여린 면이 있으신 분"이라며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가 힘드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총장이 사퇴의 변에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한 대목은 그 동안의 심리적 부담을 잘 드러내 준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 지역 기반이 같은 경남 출신으로 2007년 11월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참여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노무현 정권에 대한 표적 사정 수사에 나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수사 전에도 지난해 프라임그룹, 강원랜드, VK 등 전 정권 측근들과 연결고리를 가진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뒤졌고, "이런 저인망식 수사는 처음"이라는 비난을 받았다.(한국일보 2008년 9월9일자 1ㆍ3면)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가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노 전 대통령 일가를 옥죄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노 전 대통령 측근에 대한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결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평소 '절제와 품격'을 강조하며 저인망식, 먼저털이식 수사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여왔던 임 총장은 본인 스스로 그러한 수사의 정점에 섰던 셈이다. 임 총장 스스로 "역부족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다.

임 총장의 실패는 특별수사 경험이 많지 않은 그가 일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사정수사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한 특수통 검사는 "임 총장이 품격과 절제를 늘 강조하고 압수수색도 최소한으로 하라고 주문하지만, 일선 수사 현장을 잘 몰라서 하는 말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