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here] '퇴출'위기 딛고 100% 분양 성공…용인 대주피오레 단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here] '퇴출'위기 딛고 100% 분양 성공…용인 대주피오레 단지

입력
2009.06.05 06:53
0 0

"솔직히 중도에 계약해지를 하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 열 두 번도 더 들었어요. 하지만 분양가 깎아준다는 말에 참고 오늘 입주까지 하게 됐어요. 프리미엄도 4,000만~5,000만원이나 붙었다고 하니 결과적으로 돈 번 셈이죠."

4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공세지구 대주피오레 입주 단지. 입주 서류를 쓰기 위해 현장을 찾은 입주자 김모(47ㆍ여)씨는 "퇴출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란 이미지 때문인지 주위 사람들이 잇따라 계약해지를 해 그 동안 맘이 흔들린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분양가 할인에 최근엔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계약금 손해보고 서둘러 처분했던 계약 해지자들이 후회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고 말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공세지구 대주피오레 단지에는 새 아파트로 입주를 하려는 이사 트럭들이 잇따라 단지 내로 들어서고 빠져 나갔다. 사다리차에 실린 이삿짐들은 서둘러 옮겨졌으며, 주민 커뮤니티 시설 내에 마련된 입주자 지원센터는 입주 관련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모여드는 입주자들과 담당 직원들로 분주했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과 시공사(대주건설)의 퇴출결정, 쏟아지는 계약해지 민원과 4차례에 걸친 공사 중단이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고 단지'로 전락할 뻔했던 공세지구 대주피오레 아파트가 지난달 말 준공승인을 받고 '미운 오리 새끼'에서 마침내 '백조'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1일부터 입주가 시작됐으니 이날이 입주 4일차. 하지만 하루 15세대 안팎이 입주를 하며 현재 전체 가구(710가구)의 10% 남짓이 이미 입주를 마쳤다.

퇴출 결정을 받은 건설사가 짓던 아파트가 그냥 쉽게 입주까지 이어졌을 리는 만무했다. 불과 서너 달 전만해도 입주 예정자들의 계약해지 요구가 빗발쳤고, 시공사 유동성 악화로 공사비 지급이 차질을 빚으며 한때 공사가 예정보다 25% 가까이 지연돼 보증사고 위기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그랬던 이곳이 과거의 얼룩을 지우고 미분양이 한 채도 없는, 지역의 랜드마크 보금자리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일까. 바로 시공사와 입주자들이 한발 씩 양보한 미덕 덕분이다.

대주건설과 이 사업의 시행을 맡고 있는 자회사 지에스건설은 이탈하는 계약자들을 붙잡기 위해 분양면적별로 분양가의 15~20%를 기본 인하했다. 여기에 중도금 선납에 대한 추가 할인, 취득ㆍ등록세 및 이자후불제 대납 등을 통해 최고 27%까지 분양가를 깎아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요즘 건설업체들이 미분양해소를 위해 이런저런 '바겐세일'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정도면 가히 '파격적'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사측의 큰 양보에 계약자들도 신뢰를 보냈다. 계약자들은 공사중단 와중에도 시공사를 믿고 끝까지 계약을 유지해줬다. 일부 계약 해지자들이 있었지만, 상당수 계약자들은 이탈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 조달하지 못한 공사 대금은 이처럼 계약자들의 중도금 선납으로 충당하며, 4차례나 공사가 중단됐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에 시공사는 300억원을 추가로 들여 단지 외관 및 조경, 마감재 업그레이드 서비스로 보답했다.

지에스건설 박영석 대표이사는 "분양가 할인과 입주자 무상 서비스 지원 등으로 약 3,000억원의 수익을 회사가 포기하게 됐지만 시공사를 믿고 계약을 유지해준 입주자들 덕분에 무사히 준공을 끝내고 입주까지 할 수 있게 됐다"면서 "건설사와 계약자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좋은 상생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대주건설은 퇴출 명령에도 불구, 이번 시공완료를 통해 재기를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