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재판 개입으로 이용훈 대법원장의 '엄중 경고'를 받은 신영철 대법관이 취임 후 지금까지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12명의 대법관 중 유일하게 반대의견이나 별개의견, 보충의견 등을 한 차례도 낸 적 없이 모두 다수의견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관들이 치열하게 다퉈서 판례를 새로 정립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대법관 누구나 상당수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낸다는 점에서 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대법원은 신 대법관이 올 2월 18일 취임한 후 3월부터 5월까지 총 8건의 사건에 대해 전원합의체 합의를 거쳐 선고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4명이 참여하는 소부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거나,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대법원장과 12명 대법관이 모두 참여해 구성된다.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반대의견은 유ㆍ무죄 등 결론(주문)에서 입장을 달리하는 대표적인 소수의견이고, 별개의견은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지만 논리전개가 다른 경우이며, 보충의견은 다수의견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 부가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3월 이후 선고가 내려진 8건의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김영란 대법관이 1건의 반대의견과 1건의 보충의견을 냈고, 양승태 대법관은 1건의 별개의견, 박시환 대법관은 1건의 반대의견과 1건의 별개의견, 김지형 대법관은 2건의 별개의견, 이홍훈 대법관은 2건의 반대의견, 박일환 대법관은 1건의 반대의견과 1건의 별개의견, 김능환 대법관은 2건의 반대의견, 전수안 대법관은 1건의 반대의견과 1건의 별개의견, 안대희 대법관은 1건의 반대의견과 1건의 별개의견, 차한성 대법관은 1건의 보충의견, 양창수 대법관은 1건의 반대의견과 1건의 보충의견을 냈다.
특히 가장 관심을 모은 존엄사 인정 판결과 삼성 에버랜드 사건 판결에서는 각각 4건, 5건의 반대의견이 나왔을 정도로 첨예한 토론이 전개됐다.
신 대법관과 함께 이용훈 대법원장도 모두 다수의견에 따랐지만 대법원장은 큰 무리가 없으면 항상 다수의견에 표를 던지는 것이 오랜 관행이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원합의체에서는 신임 대법관부터 의견을 말하기 때문에 신 대법관이 가장 먼저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게 돼있어, 신 대법관이 다수의견에 편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 차례 합의과정에서 의견이 바뀌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소수의견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신 대법관의 '미스터(Mr) 다수의견' 타이틀을 우연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법원 관계자는 "신 대법관이 재판개입 논란으로 대법관으로서 직무 수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신 대법관은 촛불재판 개입 의혹이 제기된 후 혼자 집무실에 칩거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합의 과정에서 법리 토론에도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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