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치러질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여성권익 향상 등을 내세운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67) 전 총리가 청년층의 지지를 얻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주전만 해도 (재선에 나선)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에 대적할 후보가 없다고 여겨졌지만 무사비 후보가 청년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2일 전했다.
청년층이 무사비에 열광하는 이유는 보수ㆍ강경 성향인 아흐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005년 취임 이후 핵개발을 강행하며 미국 등 서방세계와 갈등을 빚었다. 게다가 최근 유가가 하락하면서 이란 경제도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이스파한시 선거운동본부의 베라드 베헤시티는 FT에 "아흐마디네자드의 대안을 찾고 싶은 갈증이 청년들에게 있다"며 "매일 300명이 넘는 선거운동원이 이스파한 곳곳을 누비며 투표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은 인터넷과 휴대폰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무사비 후보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총리를 지냈으나 이후 정가에서 멀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경제개혁, 서방과의 관계개선과 이란의 국제적 이미지 개선, 여권 신장 등을 약속하며 유권자들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투표율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농민과 빈민층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아흐마디네자드는 선거 공약으로 550만 농촌 거주자에 대한 경제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무사비의 지지층이 몰려 있는 도시에서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무사비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체 투표자가 3,000만명을 넘어설 경우 무사비가 이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흐마디네자드측은 테헤란 등 대도시 중산층보다 농촌 인구의 투표율이 월등히 높다며 안심하는 눈치다.
이란 최고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의중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하메네이는 암묵적으로 아흐마디네자드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무사비는 이란 내부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은 개혁파 모하마드 카타미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엎고 있다. 이번 이란 선거에는 아흐마디네자드와 무사비를 포함한 총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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