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는 새까맣게 타다만 시체가 나뒹굴고, 부패한 시체가 내뿜는 역한 냄새와 방금 전 터진 듯한 매캐한 화약 냄새가 진동한다. 허물어진 건물 잔해 근처에는 굶주림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난민이 가득하다. 시내 모든 건물은 파괴돼 도시는 흉물이 됐다.
파키스탄 정부군이 30일 탈환한 탈레반의 거점 북서변경주 스와트의 중심도시 밍고라의 처참한 모습을 AFP통신 등 외신이 이같이 묘사했다.
4월부터 시작된 파키스탄 정부의 탈레반 소탕작전으로 도시는 이젠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폐허가 됐다. 피란 시기를 놓친 현지 주민들의 삶은 송두리째 파괴됐다. 2만∼3만 명으로 추정되는 밍고라 주민들은 꼬박 한 달 간 전쟁의 공포와 굶주림을 견디며 숨어 지냈다. 현지 주민 알리 레만은 "총탄을 피해 무려 25일간 집에 숨어 있었다. 누가 누구를 상대로 싸우는지도 몰랐고 누가 죽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가족들 입에 풀칠할 일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군은 지난 주말 통행 금지령을 해제하며 현지에 의료진을 보내 부상자를 치료하고 구호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끊긴 물과 전기의 공급이 재개되려면 최소 2주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힐 뿐 도시 재건은 막대한 복구비용으로 생각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 조사에 나선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는 성명을 통해 "현지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서방 세계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이 곳에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 탈레반 등과 연결돼 테러의 기지가 되고 있다고 맹비난한 결과, 파키스탄 정부가 4월부터 탈레반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4,000여 명의 탈레반 대원들은 밍고라 시내 도처에 폭탄을 설치한 채 이틀 전까지 저항하다가 전세가 기울었다고 판단, 도시 곳곳을 파괴한 뒤 도주했다. 이 때문에 타 지역에서 전투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현지 주민들의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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