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혼혈 인구가 급증하면서 인종 구분이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지난해 미국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혼혈 인구는 전년보다 3.4% 증가한 520만 명으로 백인을 제외한 소수민족 인구의 5%를 차지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2000년과 비교해 33% 급증한 것으로 센서스에 잡히지 않은 혼혈인구도 수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흑인과 아시안 등 순수 소수민족은 증가율이 크게 감소했고 히스패닉도 경기침체에 따른 이민자 감소로 증가 폭이 둔화됐다.
인구통계학자들은 혼혈인구가 증가한 주된 이유로 혼혈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점을 꼽고 있다.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혼혈 출신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출현하면서 정체성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혼혈인구는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 플로리다 순으로 많았다. 비율로는 주민 20%가 혼혈인 하와이가 1위를 차지했고 알래스카와 오클라호마도 혼혈인구 비율이 높았다. 또 인구 대부분이 백인인 유타주가 혼혈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곳으로 조사돼 혼혈인구 증가 추세가 미 전역의 공통된 현상으로 분석됐다.
특히 혼혈인구의 절반 이상이 20세 이하로 조사돼 젊은 층의 국제결혼 급증이 혼혈인구 증가에 한몫을 했다. 실제로 미국 내 국제결혼 인구는 2000년보다 3배 증가한 430만명에 달했으며 백인-히스패닉, 백인-인도계, 백인-아시아인 순으로 많았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인구통계학자 윌리엄 프레이는 "혼혈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법적 잣대로 구분한 인종의 의미가 20년 이내에 급속히 퇴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혼혈 유권자의 증가로 과거 선거 판도를 좌우했던 인종 구분에 따른 정치전략도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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