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 들어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달려 왔다. 25일 2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미국은 타격론까지 거론하며 압박하지만, 북한은 꿈쩍도 안 할 기세다.
북한은 27일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상 도발을 하겠다"는 경고장을 던져 놓았다. 북한은 그간 시간표에 따라 나쁜 행동을 착착 실천에 옮겨 만큼, 이번 경고도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지막 버튼을 누를 일만 남았다"는 말도 나온다.
우선 이번 주말(30, 31일)이 1차 고비다. 28일부터 NLL 해상에서 중국 어선이 철수하고 있는 것은 심상치 않은 징후다. 북한은 31일부터 6월2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한ㆍ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ㆍASEAN) 정상회의'를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려 있는 시점을 골라 무력 충돌을 유도함으로써 도발의 충격을 극대화한다는 시나리오다. 6월4일엔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 여기자들의 재판이 시작된다. 북한은 재판을 앞두고 미국을 긴장시키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북한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 중에도 2차 연평 해전을 도발해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전례가 있다.
북한이 6월 중순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그간 남한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를 취해 왔기에 '남한 잔치'인 한ㆍ아세안 정상회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6월 16일에 임박한 시점이야말로 미국의 관심을 끌기엔 최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
또 6월15일은 6ㆍ15 남북공동선언 채택 9주년이다. 북한은 최근 '개성공단 계약 무효화 통지문' 등에서 이명박 정부의 6ㆍ15 선언 미이행을 비판해 온 만큼 6월 15일을 순순히 넘기진 않을 것 같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은 세계의 이목을 끌고, 무엇보다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북한 문제로 묶어두기 위해 6월16일 이전 시점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6ㆍ15 선언의 정신은 훼손하지 않기 위해 15일 당일은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6월 10~14일 사이가 D데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이 군사 도발 위협을 끝내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27일 NLL 도발을 위협한 것은 전날 남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선언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고, 27일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성명에도 "남한, 미국이 선제적 조치를 하면 군사 대응으로 보복하겠다"는 뜻의 표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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