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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전문학교 복지학부서 커가는 '사회복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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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전문학교 복지학부서 커가는 '사회복지의 꿈'

입력
2009.06.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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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강전문학교 복지학부에 입학한 윤경주(21ㆍ여)씨는 재작년만 해도 중국 베이징의 명문대인 인민대학교 경영학과에 다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중국으로 건너가 알찬 유학 결실을 거두던 그가 귀국을 결행한 이유 중 하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져서다.

중국 청소년들이 개방 분위기에 휩쓸려 문란한 성관계를 갖고 마약과 술에 빠져 있는데도 당국은 속수무책이었다. 윤씨는 "공부를 마치고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 청소년 교화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학부의 강우근(31)씨는 공군 부사관으로 7년 동안 복무하다가 최근 제대했다. 그가 진로를 바꾼 것은 매주 독거노인을 위한 목욕 봉사를 하며 겪은 두 가지 인상 깊은 경험 때문이다.

한쪽 팔이 없는 여성 장애인이 불쑥 찾아와 목욕 봉사를 거들었던 일, 며칠 전 씻겨드린 할머니 댁을 다시 찾았다가 차가운 주검을 마주했던 일이 그것이다. "이런 체험을 통해 어르신들이 소외되지 않게끔 누구보다 힘써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말하는 강씨는 마흔이 되기 전 노인복지관을 차리고 싶어한다.

백화만발(百花萬發). 서울 영등포구 서강전문학교에 올해 신설된 복지학부에 어울리는 단어다. 2년제 전문학교인 이곳에서 공부하는 3개반 89명의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사람부터 40대 만학도까지 나이대가 다양하다. 사연도, 경험도, 재능도 가지가지다.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사회복지 전문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이들의 포부가 강의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박모(25)씨는 가수 이효리, 보아 등의 백 댄서 출신이다. 그는 춤이 청소년 복지에서 큰 몫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신념은 고등학생 때부터 서울 노원구의 가출청소년 쉼터에서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하며 얻었다. 다른 이들처럼 공부를 봐주거나 상담을 해주는 대신, 그는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함께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했다.

박씨는 "늘 시무룩하던 애들이 춤을 익히며 마음을 열어갔다"며 "몸으로 부대끼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말했다. 유도 3단인 이대로(24)씨, 어릴 때부터 수영을 해온 권혜진(21ㆍ여)씨, 강원도에서 양궁 선수로 활약 중인 박미경(18ㆍ여)씨도 특기를 살려 장애인 재활 복지 분야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구모(27)씨는 대학을 나와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서 일하다 다시 학생이 됐다. 북한 실정을 가깝게 접하다가 자연스레 탈북자 문제에 눈을 돌린 것. 학사 학위 소지자여서 온라인에서 필요한 학점을 따면 1년 안에 사회복지사 1급 시험도 칠 수 있지만, 그는 직장을 그만 두고 2년 간의 고행에 나섰다. "탈북자 복지가 이제 막 시작된 분야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다양한 경력의 학생들이 모여드는 것에 대해 박소영(30) 교수는 "고급 지식과 기술을 지닌 사회복지사를 필요로 하는 현장의 요청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원봉사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노인 수발, 청소 등 단순 작업을 맡을 인력은 크게 늘었지만, 수혜자들의 구체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아직 부족하다.

박 교수는 "노인, 탈북자, 다문화 가정 등 복지 수혜자 층이 확대ㆍ분화되고 있는 추세라 전문 복지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표가 뚜렷하다 보니 학생들의 학구열은 뜨겁다. 2년 동안 80학점을 이수하면 전문학사 학위와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직업상담사, 사회조사분석사 등 최고 20학점까지 인정되는 자격증을 재학 중 취득, 140학점이 필요한 학사 학위까지 따겠다고 벼르는 이들도 많다.

30, 40대 '아줌마'들의 학구열이 가장 뜨겁다. 박선영(36)씨는 남편과 꼭두새벽에 우유를 배달하고 학교에 나온다. 피곤할 텐데도 결석 한 번 없이 학업에 열성이다. 역할극 수업에서 남자 역을 맡았을 땐 넥타이까지 매고 와서 열연했다.

손용란(41)씨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복지 분야에서 일하길 희망한다. 그의 남편은 장교 출신의 미국 공무원으로 2년마다 국가를 이동하며 제대 군인을 위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손씨는 남편과 함께 외국 생활을 하면서 국가별 복지정책을 비교 연구하겠다는 꿈도 있다.

소박하고 내밀한 희망을 품은 학생들도 있다. 최모(19)씨는 복지사 자격증을 따면 정신지체 장애인인 어머니가 있는 요양원에서 일하며 못다한 효도를 할 생각이다. 어릴 적 최씨는 선천적 중증 장애로 일상 생활을 할 수 없는 어머니를 미워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내가 어머니를 미워한 탓에 아버지가 희생됐다'는 죄책감에 오래 시달렸다. 이젠 마음의 짐을 벗고 어머니 곁으로 돌아가려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재치있는 언행으로 강의실 분위기를 띄우곤 하는 이종국(23)씨는 공부를 마치는 대로 고향인 강원 영월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곳 노인복지관에 취직해 혼자 사는 마을 어르신들을 친자식처럼 모시겠다는 것이 이씨의 알토란 같은 꿈이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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