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과도한 재정적자를 문제로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이후, 재정적자 확대 문제로 영국과 비슷한 처지가 된 미국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국채 입찰과 함께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의심은 더욱 커져 가고있다. 대규모 국채발행이 국가경제나 금리에 부담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채권 금리 상승의 이유를 모두 국채 발행 증가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급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보다 근본적인 금리 상승 원인이다.
금리와 경기는 동행한다.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 금리는 상승하고, 경기가 하강 기미를 보이면 금리는 하락한다. 경기와 금리가 동행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중앙은행의 정책기조가 영향을 미친다.
즉 금리를 낮춰 경기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와 금리를 올려 과열을 막고 인플레를 예방하고자 하는 정책적 변화가 중요한 것이다. 경기침체 기간에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경우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악화+물가급등) 현상 등 최악으로 치닫고 있을 때에 나타난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의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가. 미국 경기는 여러 경제지표로 봤을 때 회복은 몰라도 최소한 바닥은 통과했다는 분석이다. 경기 바닥 통과 가능성과 증시 활황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덕이다.
비관적으로 본다면 지금의 금리 상승이 향후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 있겠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금리 상승과 경기회복은 동행한다는 보다 근본적인 측면을 볼 때 금리상승이 오히려 반가운 게 사실이다.
불과 두 달 전 한국 채권시장에서 똑같은 일이 있었다. 추경 확대와 이로 인한 국채 발행 물량 증가 우려 등으로 한때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지금 경제상황에서 금리 급등은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일부는 한국은행에 국채 직매입 결정을 종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잠깐의 혼란이 지난 이후 지금은 금리 상승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불과 두 달 사이지만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를 예상했던 시장도 이제는 동결이 대세가 됐고, 금리인상 전환 시기를 점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배경은 한 가지다. 한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것 같다는 것이다.
이번 주 GM의 파산 보호신청을 계기로 미국의 구조조정은 정점(peak)을 지나게 된다. 금융기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와 더불어 미국 경제 문제의 핵심이었던 자동차 산업의 빠른 구조조정과 회복이 기대된다. 파산 결정 이전에 이미 시장에 충분히 알리고 시장과 대화를 했던 만큼 단기 충격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장은 구조조정 이후의 산업구조 개편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질 것이다. 정보기술(IT) 금융 자동차 산업이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해당 산업의 구조조정 패자는 망하겠지만 반대로 구조조정 승자에게는 엄청난 보상이 따를 것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