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시면 정치하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유리벽 사이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관을 대면한 권양숙 여사는 오열하며 주저앉았다. 29일 오후 6시31분 고인의 시신을 안치한 관이 화장로로 이동하자 권 여사는 통곡하며 이렇게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3시간 이상 늦은 오후 6시10분께 화장장인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연화장에 도착했다. 8,000여명의 추모객은 연화장 곳곳을 노란 풍선과 노란 리본, 플래카드로 장식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연화장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은 "안돼요. 가지 마세요"라며 오열, 순식간에 눈물 바다로 변했다.
국군의장대는 운구차에 실린 고인의 관을 향해 거수경례로 예를 갖춰 맞이한 뒤 한 발 한 발 절도 있게 운구했다. 뒤를 이어 권 여사와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가 따랐다. 고인의 관은 8번 화장로로 향했고, 유족과 장의위원들은 분향소로 발길을 옮겼다.
연화장 측이 마련한 제사상 앞에서 건호씨가 분향한 뒤 유족들이 분향소로 향하자 추모객들은 "권양숙 여사 힘내세요", "꼭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등을 외쳤다. 이어 건호씨가 추모객들에게 인사하자 "노무현, 노무현"을 연호했다.
화장로와 분향소를 가로막고 있는 유리벽 사이로 고인의 관을 대한 권 여사 등 유족들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고, 이내 관은 화장로로 들어갔다. 유족과 추모객들의 오열 속에 오후 6시30분 고인의 관을 삼킨 화장로의 문이 닫혔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800~1,000도로 70여분간 화장돼 냉각 과정과 분골 및 포장 과정을 거쳤다. 유골함은 오후 8시45분께 건호씨가 들고 나왔다. 유골함은 가로 35cm, 세로 25cm, 높이 20cm의 북미산 향나무로 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은 오후 8시50분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향해 이튿날 오전 1시께 도착, 봉화산의 사찰 정토원 법당에 안치됐다. 정토원은 노 전 대통령의 부모와 장인의 위패가 안치된 곳으로, 노 전 대통령도 퇴임 후 어린 시절부터 추억이 많은 이곳을 자주 찾았다. 유골이 정토원에 도착하자마자 정토원 뜰에선 고인의 혼을 불러들이는 반혼제(返魂祭)가 열렸고, 유골함이 법당인 수광전(壽光殿)의 영단(靈檀)에 안치됐다. 이어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49재의 초재가 거행됐다.
이날 오전 5시 발인식을 시작으로 20시간에 걸친 길고 긴 이별식을 마친 노 전 대통령은 고향 봉하마을 주민들의 배웅 속에 비로소 지친 넋을 뉘었다.
수원=강희경기자 kbstar@hk.co.kr
김해=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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