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치안센터에서 폭력 혐의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흉기를 휘둘러 조사 중인 참고인을 숨지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피의자는 사건 직후 경찰이 쏜 실탄을 맞고 붙잡혔다.
31일 오전 3시45분께 경북 경산시 압량면 경산경찰서 진량지구대 압량치안센터에서 김모(48)씨가 참고인 조사 중이던 김모(52ㆍ여)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1시께 경산시 압량면 부적리 한 주점 앞에서 숨진 김씨와 말다툼을 하다 이를 말리는 직장동료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힌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경찰은 김씨를 출입구쪽 의자에 앉혀둔 뒤 숨진 김씨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하던 중에 김씨가 갖고 있던 등산용 배낭 안에서 갑자기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고 밝혔다.
당시 치안센터에는 팀장을 비롯해 3명의 경찰관이 있었지만 흥분한 김씨를 제지하지 못했고, 공포탄 1발과 실탄 2발을 발사한 뒤에야 김씨를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김씨는 오른쪽 허벅지에 관통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옆구리와 가슴을 심하게 다친 참고인 김씨는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경찰조사 결과 치안센터 관계자들은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음에도 몸 수색은 물론 수갑도 채우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현장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현행범 체포 시 반드시 주머니 등을 뒤져 흉기소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당시 경찰은 바닥에 떨어진 흉기만 수거하고 김씨의 몸이나 배낭 수색은 하지 않았다.
또 현행범은 피의자 호송규칙에 따라 수갑을 채우는 것이 원칙이지만 역시 그대로 방치했고, 피의자와 말다툼을 했던 피해자를 같은 공간에 있게 해 화를 자초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 상해 현장에서 흉기를 회수했기 때문에 또 칼을 소지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북경찰청은 1일 피의자 김씨에 대해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치안센터 CCTV등을 통해 당시 현장상황을 확인한 뒤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경찰은 물론 서장 등에 대해서도 지휘책임을 물어 징계할 방침이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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