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또 다시 경찰버스로 봉쇄해 '공권력 남용'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서울시의 시설물 보호요청이 없는데도 광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봉쇄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부터. 29일 노제를 위해 하루만 풀었다가 30일 오전 다시 경찰버스를 동원해 31일까지 8일간 통제중이다. 청계광장도 23일부터 9일째 봉쇄된 상태다.
광장 사용권을 가진 서울시가 경찰에 봉쇄 요청을 하지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불법 집회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경찰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집회 금지 수준을 넘어 아예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 각종 집회가 예고된 6월 중순까지는 시위 대책으로 '차벽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일반 시민들도 당분간 서울광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됐고 서울광장에서 열릴 민간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될 전망이다.
당장 3일부터 5일까지 경북, 충남ㆍ북 등 5개 시도 주최로 열리는 '도시농촌 상생 장터'가 취소됐고 서울시가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이란 주제로 4일부터 열 예정이었던 각종 문화공연들도 개최가 불투명하다.
문제는 경찰이 시의 요청도 없고 불법집회가 실제 열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전에 광장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2항과 6조를 근거로 불법집회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5조2항은 '소요사태의 진압을 위하여' 필요할 경우 '대간첩작전지역 또는 경찰관서ㆍ무기고 등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접근 또는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실제 소요사태가 발생한 것도 아닌 데다 서울광장이 무기고 등의 국가중요시설과 동급으로 취급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범죄의 예방과 제지'를 규정한 6조 역시 '범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 해당한다. 범죄가 눈앞에서 벌어지려는 긴급한 경우에 경찰이 이를 경고ㆍ제지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경찰의 특정 장소 출입 통제와는 무관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불법 집회가 열리고 있다면 이를 제지하는 것이 정당하지만, 시의 요청도 없이 광장을 차단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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