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가 끝난 뒤에도 시민들은 밤 늦게까지 서울 도심에 남아 촛불 추모제를 가졌다. 일부 시민들은 반 정부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충돌을 빚어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과 경찰 모두 이 날 밤 12시까지 노 전 대통령의 공식적인 장례기간인 점을 의식해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날 서울광장과 태평로 일대에는 수만 명이 밤 늦게까지 촛불을 들고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화장을 거쳐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안치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시민들은 서울광장 무대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시국 상황에 대한 자유발언을 이어갔고,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계속됐다. 일부 시민들은 태평로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 배치된 경찰 저지선을 뚫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물병을 던지는 등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당초 노제가 열리는 낮 12시부터 2시까지만 태평로의 교통을 통제키로 했으나, 추모 분위기를 감안해 태평로 일대를 점거한 시민들을 강제 해산시키지는 않았다.
경찰은 그러나 추모 열기가 '제2의 촛불집회'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조만간 서울광장에 차벽을 다시 설치할 방침이어서 경찰과 시민 간 격렬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부터 서울광장을 둘러쌌던 경찰버스는 노제 준비를 위해 이날 오전 7시50분께 철수했다.
앞서 이날 오후에는 '차벽 설치' 여부를 둘러싸고 일부 시민들과 경찰이 한때 충돌 위기를 빚기도 했다. 노제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빠져나간 뒤 서울광장이 다소 한산해진 오후 3시20분께 경찰 전경버스 4대가 서울광장 쪽으로 이동했다. 시민들 500여명은 "경찰이 다시 서울광장을 막는다"며 경찰버스 주위로 몰려들어 물병을 던지고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은 "서울광장 차벽을 설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동 과정이었다"며 곧바로 버스를 서울광장에서 뺐다.
한편,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한국진보연대,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노동탄압분쇄ㆍ민중생존권ㆍ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을 발족해 향후 공동 투쟁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경찰청은 29, 30일 전국 경찰에 갑호 비상령을 내렸으며, 서울 도심에 202개 중대 1만6,000여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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