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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내/ 동화적 상상력으로 본 소소한 사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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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내/ 동화적 상상력으로 본 소소한 사물들

입력
2009.06.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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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인국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한다'('채송화'에서)

시인 송찬호(50)씨의 네 번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문학과지성사 발행)은 어른들을 위한 한 권의 '명랑동화집'이다. '산해경'적인 상상력으로 현실 이면의 비의(秘意)를 탐색했던 <붉은 눈, 동백> (2000) 이후 송씨가 9년 만에 낸 시집이다.

나고 자란 고향(충북 보은)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이 지천명의 시인은 대상의 시선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그는 '나는 오랫동안 다른 이름으로 살기를 원했다'('일식'에서)라고 털어놓는다.

어른 속에 숨어 사는 아이를 불러내니, 일상인의 시선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들도 시로 변한다. 저녁노을처럼 붉게 타는 칸나, 털실 바구니에 들어가 달콤한 오수를 즐기는 고양이, 벙어리처럼 하얀 찔레꽃, 삼만년째 석상(石像)이 되어가고 있는 코끼리 같은 것들이 시가 된다.

주객전도의 시적 방법론과 천진난만한 언어유희는 시집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산토끼가 똥을/ 누고 간 후에// 혼자 남은 산토끼 똥은/ 그 까만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금 토끼는 어느 산을 넘고 있을까?'('산토끼똥'에서)

시 대부분이 문명과 맞서 있지만 그것이 잃어버린 유년시절의 꿈을 되찾고 싶다는 식의 복고적 감상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송찬호 시의 힘이다. 그의 시는 말하자면 '이 육박해오는 현실이 너무 얄팍한 세계에 불과한 것임'(문학평론가 신범순)을 깨우치는 매개체다.

그 세계로부터의 탈주를 감행하기 위해 그는 불편한 동화적 세계를 구축한다. '혹시 너와 나 사이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다 하더라도/ 이 세계의 서사는 죽지 않으리라 믿는다/ 미래로 우리를 태우고 갈 꽃마차는/ 끝없이 갈라져 나가다가도 끊어질 듯 이어지는/ 저와 같은 나팔꽃 이야기일 테니까'('나팔꽃 우체국'에서)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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