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보당국이 잇따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 움직임'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까지 북한이 ICBM을 개발했다는 증거는 없다.
미ㆍ러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과 군사 전문가 등에 따르면 ICBM은 통상 사거리가 5,500㎞ 이상인 탄도미사일을 의미한다.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의 군비 경쟁에 의해 탄생한 ICBM은 미국의 타이탄Ⅱ와 미니트맨ⅡㆍⅢ, 피스키퍼와 러시아의 SS-18ㆍ19ㆍ25, 중국의 둥펑(DF-31A) 등이 대표적인 것으로 모두 사거리가 1만㎞를 넘는다. 여기에 실전 배치된 ICBM은 예외 없이 탄두에 핵폭탄을 장착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강의 무기라는 평을 듣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까지 시험 발사한 장거리 로켓의 사거리는 ICBM으로 판단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가장 최근인 4월 5일 발사한 3단 추진체의 장거리 로켓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3,200㎞ 가량 떨어진 태평양 해상까지 날아갔다. 지금까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중 가장 멀리 날아간 경우다. 앞서 북한이 1998년 발사한 대포동 1호 미사일은 약 1,600㎞를 비행했다.
뿐만 아니라 무수단리에서 미국 서부 본토까지는 1만 1,000㎞, 하와이는 7,600㎞, 알래스카 7,400㎞에 달해 북한이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ICBM을 만든다면 사거리 5,500㎞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포동 2호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약 4,000~6,700㎞로 추정되고 있다. 대포동 2호 미사일의 개량형의 경우 최대 사거리가 1만㎞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아직까지 추정에 그칠 뿐 실체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의 정확한 제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실제 시험발사를 통해 드러나는 사거리를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은 지난달 '인공위성'을 내세우며 발사한 장거리 로켓을 통해 ICBM급에 한층 다가서는 미사일 기술력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단 추진체의 단계적 분리기술을 확보한 만큼 언젠가 ICBM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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