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국 대사에 일본과 그다지 인연이 없는 존 루스(54) 변호사가 27일 공식 지명되자 일본에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는 분위기다.
백악관이 이날 밤 발표한 대사 지명자는 일본을 비롯해 영국, 브라질 등 12명이다. 루스 변호사는 스탠퍼드대 로스쿨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법률사무소를 경영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과는 선거 입후보 전부터 자금모금을 주도하는 등 주요 지지자로 활동했다.
문제는 그가 사무소 고객으로 50개사 남짓 일본 기업과 계약하고 있는 정도 이외에 일본과 별로 인연이 없이 논공행상으로 임명됐다는 점이다. 올해 초 유력한 대사 후보로 알려졌던 지일(知日)파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뀐 모양새다.
역대 주일 미 대사는 에드윈 라이샤워(케네디 정부), 마이클 아마코스트(아버지 부시) 등 지일파 학자나 외교관, 마이크 맨스필드(카터), 월터 먼데일(클린턴), 토머스 폴리(클린턴) 등 정계 중진이 주류였다. 이 흐름이 바뀐 것은 조지 W 부시 정부 때부터다. 토머스 시퍼 대사는 메이저리그 구단을 부시와 공동 경영했던 사업가였지만 일본과 아무 인연이 없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인사가 나이 교수를 후보로 미는 국무부에 인사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백악관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물론 일본 정부의 공식 반응은 환영이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은 28일 루스 대사 지명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이 매우 두터워 (이번 인사는) 미일동맹을 중시한 증거"라고 말했다. 전임 시퍼 대사처럼 대통령과 직접 전화로 통화가 가능한 인물이 대사로 임명된 것은, 주영 대사에 이런 측근들이 임명돼온 관례를 보더라도 격이 낮아진 게 아니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루스 지명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외무성 등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눈치다. 북한의 핵실험 등 동북아 안보 정세가 긴박한 중에 외교 경험이 전무한 대사가 얼마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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