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승부사' 거스 히딩크(63) 감독이 짧았던 '축구 종가' 생활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히딩크 첼시 감독은 3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축구의 성지'인 런던 웸블리경기장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08~09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대회 결승전에서 2-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 트로피를 힘껏 치켜 들며 첼시 사령탑으로서의 고별전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첼시는 킥오프 휘슬이 울린 후 25초 만에 루이 사하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디디에 드로그바가 전반 21분 동점 헤딩골을 작렬했고 이어 프랭크 램퍼드가 후반 27분 통렬한 중거리포를 터트려 역전에 성공했다. 이로써 첼시는 조제 무리뉴 감독이 퇴임한 2006~07시즌 이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며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게 됐다.
첼시의 FA컵 우승은 히딩크 감독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히딩크 감독은 3개월간의 짧은 재임 기간에도 불구, 첼시 구단과 팬들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지난 2월 성적 부진으로 해임된 루이스 필리페 스콜라리 감독 후임으로 첼시 지휘봉을 잡았다. 화려한 스쿼드에도 불구, 모래알 같던 첼시의 팀 분위기는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180도 달라졌다.
히딩크 감독은 드로그바, 플로랑 말루다, 살로몬 칼루,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 등 기회를 잡지 못하던 선수들을 꾸준히 기용해 팀 전력을 극대화시켰다. 자존심 강한 영국 언론도 '히딩크가 짧은 시간에 첼시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며 이방인 사령탑의 '마법'을 인정했다.
히딩크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전 우승에 실패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준결승에서 오심 논란 속에 FC 바르셀로나(스페인)에 석패했다. 하지만 31일 경기에서 승리, 2년간 무관에 그쳤던 첼시에 팀 통산 다섯번째 FA컵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번 우승은 지도자 생활에서 가장 값진 성과 중 하나"라며 "내가 부임한 후 선수들은 정말 멋진 경기를 펼쳐줬고 오늘이 그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며 '유종의 미'를 거둔 소회를 밝혔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EPL 재임 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겨뤄보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맞대결이 성사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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