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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거꾸로 달리는 미국' 美 여행 62일… 길에서 만난 강대국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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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거꾸로 달리는 미국' 美 여행 62일… 길에서 만난 강대국의 그늘

입력
2009.05.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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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현 지음/그린비ㆍ464쪽ㆍ1만8,900원

발 닿는 땅에 대한 설렘. 기행문에는 그런 동경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기행문에서 저자가 밟은 땅은 이렇게 기술된다. "미국이라는, 오늘 이 시대의 패권을 움켜쥔 초강대국은 인간이라면 애정결핍증을 호소해야 할 만큼 증오와 적대, 조롱과 멸시 그리고 질시의 대상이다." 이 책의 머리말은 '적에 대한 애정'이라는 글귀로 시작한다.

저자는 소설가이자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등을 쓴 여행가다. 이 책은 "두려워할지언정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국가, 세계적인 왕따 국가"를 여행하며, 저자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가능한 깊은 애정을 품고자 노력"한 기록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저자의 시선은 이국의 정취가 아니라 그 속에 새겨진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민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서부 태평양 연안의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동차를 빌려, 62일 동안 대륙을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돈다. 미국 대륙 여행은, 마크 트웨인과 존 스타인벡이 그랬듯, 동부 연안에서 시작해 서부로 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나라의 역사가 팽창해 간 방향이다. 그러나 저자의 방향은 반대다. 그는 자신의 '서발동진(西發東進)'에 이런 의미를 부여한다.

"아시아인이 처음 북미 대륙에 발을 내디딘 곳은 미국의 서쪽 끝이었다.…관점에 따라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방향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유럽인과는 반대 방향으로 미국을 여행하면서, 그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미국을 살핀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에서 거꾸로 돌아가, 우리 삶의 희망을 발견하자는 바람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아시아 이주민의 비극을 담고 있는 오리건주의 '라이스 밸리', 미주리 대평원에 위치한 다국적 곡물기업 카길의 곡물 창고 등 예사 여행자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 대륙의 풍경이 담겨 있다. 저자는 그 풍경들로부터 세계를 지배하는 것의 본질, 그리고 불안한 제국의 현실을 읽어낸다.

이 책에는 세계 곳곳에 퍼진 '유사 미국(Pseudo-America)'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도 담겼다. 자본의 횡포에 의해 길거리로 내몰린 사람들, 불법 이주자로 몰려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이 존재하는 '유사 미국'들 중에는 남한 사회도 있다.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는 미국이 아니라, 이미 미국화를 완성시킨 우리 자신과 싸워야 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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