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하는 확정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종교계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의료 현장에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일치했다.
천주교측은 단순한 기계적 연명 장치를 제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본다는 종전 방침을 확인하면서도 이번 판결이 '안락사'를 허용하는 근거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동익 천주교 생명윤리위원회 총무는 "환자의 고통을 무시하고 과도한 기계장치에만 의존하는 생명 연장은 중단할 수 있다는 게 천주교의 입장"이라면서도 "환자마다 상태가 다른 만큼 대법원 판결을 일률적으로 적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존엄사 문제는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를 먼저 이룬 뒤 법제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황필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 국장은 "하나의 케이스로만 존엄사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이라고 본다. 투병 전에 작성한 환자의 문서가 과연 환자 상태가 나빠졌을 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이번 판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이번 판결로 환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며 "환자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차근차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엄사 관련 입법청원을 한 경실련 김태현 사회정책국장도 "대법원이 사회적 요구와 인식 수준을 반영한 만큼 이제 국회와 정부가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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