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논란 속에 사퇴했다. 그는 문화관광부의 융단 폭격식 표적감사에 버틸 도리가 없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반면 문광부는 황 총장이 전시회 명목으로 학교발전기금 600만원을 쓰고도 전시회를 열지 않았으며, 주무장관 허가 없이 3차례 해외여행으로 공금을 횡령하는 등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반박했다.
문광부는 또 황 총장이 부설 영상원 교수 등에 전공분야가 동떨어진 이들을 채용하고, '실기교육을 통한 전문예술인 양성'이라는 학교 설립취지에 맞지 않게 이론학과를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교수가 입시에서 자신의 자녀들을 심사한 부정 의혹도 있다고 한다.
황 총장은 공금 유용과 무단 해외여행 등은 '실수'일 뿐 중징계를 받을 사안은 아니라며 "총장 퇴진과 한예종 구조개편을 겨냥한 전형적인 표적감사"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황 총장이 진보성향의 시인이고, 정부가 문화예술계 '물갈이 인사'를 강행한 것에 비춰보면 터무니 없는 주장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사결과가 아니라도,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숱한 문제점과 비리 논란을 낳았다. 지난 10년 동안 특정학교 출신의 진보성향 인사들을 무더기로 교수로 채용했으며, 진중권 객원교수처럼 예술실기전문가나 특수경력자도 아닌 이가 학교 특성과 어울리지 않는 이론 과목을 가르친 경우도 있다.
그는 특히 지난해 두 학기 강의료 4,000만원을 받고도 1학기만 강의했다. 막대한 예산지원을 받은 '통섭 교육' 프로젝트도 실적은 거의 없는 엉터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한예종은 좌파 예술인들의 안방"이란 말까지 있다고 한다.
황 총장 사퇴 논란의 시비를 올바로 가리려면 잡다한 비리의혹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또 학교 설립취지에 어긋나는 인사와 학사운영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게 한예종의 미래를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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