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은 역시 특효약이었다. 뉴민주당 플랜, 당 쇄신, 정동영 의원 복당 등 난마처럼 얽힌 현안을 앞에 두고도 민주당은 미디어법 저지라는 명분 앞에 분열보다는 단합을 택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21일 1박2일 일정으로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와 15일 선출된 비주류 측 이강래 원내대표가 속내를 터놓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일각에서는 논전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미디어법은 다른 목소리들을 잦아들게 했다.
정 대표는 "6월 국회에서 MB 언론악법을 확실하게 막아내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6월 국회가 가장 큰 과제이고 10월 재보선,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줄줄이 놓여있기 때문에 오늘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는 건 간단하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악법들을 즉시 철회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을 바로 세우고 끝까지 투쟁해서 MB악법을 철회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목표"라고 결의를 다졌다.
한 참석자는 "마치 미디어법 전쟁을 앞둔 전사들의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워크숍 이전부터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여론수렴 없이 미디어법 표결처리를 강행할 경우 실력저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하지만 당내에는 "단순히 입으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머리로 싸워야 한다"는 우려섞인 주문이 나오고 있다. 보다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이날 선출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친이계 강골이기 때문. 더욱이 안 원내대표는 일성으로 미디어법 표결처리를 공언했다. 6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강공을 펼칠 것은 불문가지다.
민주당 지도부가 긴장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촛불집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지도부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또 다른 난제인 뉴민주당 플랜 초안에 대해서는 6월 중순까지 지역순회 토론회를 거쳐 일단락 짓기로 했다. 논란이 계속되면 6월 국회에서 대여 전선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껄끄러운 정동영 의원 복당 문제는 6월 국회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미디어법, 뉴민주당 플랜, 정동영 복당 문제를 순차적으로 처리하자는 이른바 시간차 전략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도부의 구상이 무리없이 관철될 지는 미지수다. 미디어법의 약효가 사라지면 더 큰 병치레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날 송영길 최고위원은 "전주 등 호남지역의 패배에 대해 심각한 자기반성과 책임, 쇄신이 필요하다"며 미디어법에 매몰된 정세균 대표에 날을 세웠다.
또한 29일 소속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이 예정돼 있어 이 문제를 놓고 또다시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디어법이라는 특효약이 민주당에게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서귀포=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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