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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44> 누구나 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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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44> 누구나 별이 될 수 있다

입력
2009.05.3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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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별이 될 수 있다

함민복

달리는 기차로 별 떼를 옮겨 보았니

잘했다

열리지 않는 대문 앞에서 별을 울었어

잘했다

별 볼 시간도 없이 숨 사이 숨 사이 살았지

잘했다

사라져 가는 별에 눈감아 어둠 바쳐 보았는감

잘했다

자 이제 너는

죽어

별의 더 빛나는 몸뚱이

어둠이 될 수 있을 거야

● 몇 개의 문장으로 인생의 여정을 정리해보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기술하겠는가. 생로병사, 슬프게도 그런 사자성어 같은 것만 떠올리고 있는 건 아닌지. 헛되고 헛되구나, 그런 탄식을 내뱉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에게는 생로병사의 육체를 구원할 상상력이 필요하다. 잘했다, 잘했다,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예찬하는 노래가 필요하다.

시인이 노래한다. 인생이란 ‘별이 되는 순서’를 밟는 거야. 한 시절은 밤기차를 타고 달렸지.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내 가슴에 품었어. ‘잘했다.’ 어느 날은 네가 마음을 열어주지 않아서 외롭고 괴로웠지. 별을 보고 울었어. ‘잘했다.’ 별도 달도 보지 못하고 정신없이 살았던 시절도 있었네. 그것도 ‘잘했다.’ 지상에서 마지막 눈을 감는 날, 우리는 절대적인 어둠에 바쳐지는 거야. ‘잘했다.’ ‘잘했다.’ 어둠은 별의 더 빛나는 몸뚱이를 만들어주지. 우리는 그렇게 누구나 별이 되는 거야.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 함민복 1962년 생.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말랑말랑한 힘>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등. 김수영문학상(2005), 박용래문학상(2005)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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