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장ㆍ차관은 다른 어떤 부처보다 찰떡궁합이 요구된다. 시쳇말로 죽이 맞아야 한다. 자녀를 둔 학부모는 모두 전문가라는 교육 분야 1ㆍ2인자가 적어도 '한통속'이 돼야 여러 교육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난맥상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일 게다.
역대 정권은 교육부 장ㆍ차관 인선 때 이런 부분을 비교적 고려하려 애썼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1, 2명을 빼곤 차관에 교육 관료를 임명한 것도 조직의 안정과 함께 장관 보좌에 충실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장관은 외부인, 차관은 내부 발탁' 원칙은 그래서 10여년 동안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 때 교육 장관들은 100% 외부 출신이었지만, 차관은 몽땅 교육 관료였다. 이런 조합(組合)은 이명박 정부 출범후에도 일단 유지됐으나 1년도 안돼 깨졌다. 김도연(교수)-우형식(교육관료) 라인이 특별교부금 파문으로 조기에 경질된 뒤 교수를 지낸 안병만 현 장관이 긴급 수혈됐고, '李의 남자' 중 한명으로 불리는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이 1차관에 뒤늦게 임명됐다.
안 장관은 이 차관이 들어오기전까지는 확실한 '실세 장관'이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을 맡길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현 정부에서도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런데 현 정부 교육정책을 직접 만들고, 교육 분야에 관한한 이 대통령 절대 신뢰를 받는다는 이 차관이 임명되면서 모양새가 이상해졌다. 졸지에 2명의 교육 실세가 한집에 살게된 것이다.
이 차관은 독단적인 스타일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반년도 안돼 청와대 수석 자리에서 경질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소통을 중시해야 할 수석비서관 답지 않게 비(非)소통과 밀어붙이기식 행보로 교육계 비난을 자초한 영향이 컸다. 6개월여를 쉰 뒤 활동 무대를 정부로 옮기면서 실세임을 과시한 이 차관은 극도의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언론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현안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는다. 안 장관을 의식해 주변 사람들에게는 "(장관과) 호흡이 잘 맞는다"고 스스럼 없이 말한다.
이 차관보다 스무살이나 많은 안 장관 역시 겉으로는 태연해 보인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교육 관련 기관장 모임에서도, 이 차관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답은 한결 같다. "거짓말처럼 생각이 통한다"고.
두 사람은 자신의 말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여기진 않을 것이다. 실세 2명을 같은 부처 장ㆍ차관 자리에 나란히 앉힌 이 대통령에게 누(累)가 되는 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성공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피차 부딪치지 말자는 의도겠지만, '불안한 동거'는 왠지 개운치 않다. 최근 '곽승준 해프닝'으로 끝난 학원 야간 교습 금지 법제화건이 그렇다. 이 차관이 안 장관 보좌 역할을 자임했다면 실세 차관 답게 목소리를 냈어야 했는데도 입을 굳게 닫았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돌출 발언으로 안 장관이 수세에 몰렸지만 끝내 외면했다.
원치 않은 동거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지, 파국으로 끝을 맺을 지 예견은 쉽지 않다. 사실 교육계는 두 사람의 동거 자체엔 별 관심이 없다. 동거가 가져올 파장을 주목할 뿐이다. 주요 교육현안을 놓고 겉으론 의견이 같다면서도 정작 결단의 순간엔 떠넘기기와 침묵으로 일관해선 교육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희한한 동거'의 결말을 알고 있을까.
김진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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