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 군하리 김포 다하누촌일대는 아침부터 인산인해였다. 수도권 유일한 한우마을이 문을 연다는 소문에 새벽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것. 오픈기념으로 마련한 '30년전 가격행사'에선 불고기, 육회, 양지 등 일부 부위에 대해 600g기준 2,300~3,200원에 맛볼 수 있었다.
서울에서 차량으로 30분 거리에 한우마을이 조성됐다는 것에 대한 관심도 컸다. 이날 하루동안 2만 여명이 다녀갔고, 다하누촌은 일주일 분으로 준비해놓은 소 40마리를 이틀 만에 모두 팔아치웠다.
강경구 김포시장은 "이 곳은 서울에서 강화도로 가는 길목인 국도 48호선과 가까이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평소 외지인 한명 찾아보기 어려운 오지나 다름없었다"며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즐길 수 있는 한우마을로 조성되면서, 지역상권도 살아나고 시의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ㆍ미 FTA와 연계한 미국의 쇠고기 전면개방압력이 거세지면서 국산 축산업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거품을 뺀 쇠고기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한우마을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우마을은 주로 소비자가 정육점에서 직접 고기를 구매한 뒤, 인근 음식점에 들어가 1인당 3,000원정도의 반찬값을 내고 고기를 구워먹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고급 한우고기집의 고급스런 인테리어나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서비스도 없고, 산지까지 직접 가야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하지만, 직접 고른 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우 사육농가에서 소비자 직거래형태로 판매하는 본격적인 한우마을의 탄생은 2005년 전북 정읍시 산외면 산외 한우마을이 효시다. 당시 주민들은 산지에서 판매된 한우가 7~8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3배 이상의 가격거품이 형성되는 현실에 대한 반감이 컸다. 이대로라면 한우가격은 수입쇠고기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고, 한우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어 축산농가의 붕괴로 이어질 터.
결국 주민들은 직거래를 선택했고 5곳의 정육점과 식당을 열었다. 서울에서 차량으로 4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였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찾아오는 손님이 늘기 시작했고, 현재는 정육점 39개과 음식점 28개 등 업체가 70여개로 증가했다.
2007년8월 문을 연 강원 영월군 다하누촌은 산외 한우마을을 벤치마킹, 단시간에 자리잡은 케이스. 다양한 테마와 축제를 통해 먹거리와 볼거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을 들으며 한국관광공사 추천 여행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육점 1곳과 식당 3곳으로 시작한 다하누는 현재 정육점 12곳, 식당 50곳으로 늘었다.
김포 다하누촌은 지자체 차원에서 한우마을을 유치한 첫번째 사례로 손꼽힌다. 영월 다하누촌이 조성되면서 영월군의 인구가 증가하고,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뿌리는 돈으로 인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자 김포시가 제2의 다하누촌 조성을 적극 추진하게 된 것이다. 김포시는 10개의 정육점과 식당은 물론, 인근 미용실, 세탁소, 슈퍼마켓 등에도 다하누 간판으로 통일, 한우마을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한우마을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우산지를 중심으로 한우마을형태로 영업방식을 변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980년대 한우 정육점 3곳으로 문을 연 충남 예산군 광시 한우마을은 현재 정육점 22개, 전문식당 17개가 밀집된 충남지역 대표적인 한우 마을로 자리잡았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에는 2000년 13개 한우농가모임인 풍산한우 작목회가 조성한 안동 한우불고기타운이 영남권을 대표하는 한우마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계경 다하누 회장은 "한우마을은 한우 소비확대는 물론, 지역 경제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면서 우리 농촌의 미래 먹거리로 인정받고 있다"며 "향후 다른 지자체와의 연계를 통해 한우마을을 보다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포=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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