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여사가 2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처음으로 분향소에 나와 조문객들에게 허리 굽혀 감사를 표했다.
권 여사는 이날 오전 7시20분께 김해 봉하마을회관 앞 분향소에 나와 노 전 대통령의 영전에 헌화했다. 상주 역할을 하는 측근들에게 고개를 숙인 권 여사는 몸을 돌려 조문객들과 음식 준비에 바쁜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여 인사했다.
앞서 권 여사는 오전 6시55분께 사저에서 나와 분향소까지 200여m를 걸어서 이동했다. 부축을 받아 천천히 걸음을 떼면서도 힘겨운 듯 휘청거렸고, 낯빛은 검은 상복과 대비돼 더 창백해 보였다.
유민영 전 청와대 비서관은 "걷기도 힘드시지만 조문객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직접 감사를 표시하고 싶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권 여사는 사저로 돌아갈 때는 차량을 이용했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향후 권 여사의 신변과 관련, "몇 가지 변동사항이 있지만 봉하마을 사저를 떠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권 여사에 대한 경호, 경비 등 예우는 내년 2월24일까지(퇴임 후 2년) 계속되지만, 사저를 지켰던 김경수ㆍ문용욱ㆍ박은하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자동 해직돼 봉하마을을 떠나야 한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발인을 하루 앞둔 이날 봉하마을에는 마지막으로 고인의 영전에 헌화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장의위원회는 이날 장례기간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빈소를 찾아 조문객 수가 3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더운 날씨에 빈소를 찾는 문상객들을 위해 장의위측은 '근조(謹弔)/바보 노무현/당신의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흰색 종이모자와 생수를 마을 초입에서 나눠줬다.
봉하마을에서 밤을 샌 뒤 발인을 지켜보려는 조문객들도 적지 않았다. 대구에서 온 오모(52)씨는 "지척에 살면서도 (노 전 대통령) 생전에 두어 번밖에 와보지 못했다"면서 "오늘은 마지막 가시는 모습까지 볼 생각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분향소를 찾아 1시간여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미사를 올리고 영전에 헌화했다.
김해=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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