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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 후폭풍/ 긴장 감도는 연평도, 더플백 멘 신병들 굳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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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 후폭풍/ 긴장 감도는 연평도, 더플백 멘 신병들 굳은 표정

입력
2009.05.2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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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최북단 서해 5도의 하나인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인천 연안부두를 떠난 고속 여객선이 남측 부두에 도착하자 50여명의 해병대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쏟아져 나왔다. 휴가 복귀를 서두르는 20여명은 잠시 머무를 여유도 없이 부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더플백을 멘 신병들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부두에 나와 하선하는 승객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군 장병들을 보고 긴장한 듯 질문을 던졌다.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관광을 해도 위험하진 않겠습니까?"

서해 5도를 향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이어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CON)이 전격 상향 조정된 이날 연평도 곳곳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남측 부두 인근 해상으로 해군 고속정 전진 기지가 보였다. 그 주위로 해군의 주력 고속정인 참수리급 고속정(170톤) 4척이 해상을 부지런히 오가며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평상시 1개 편대(2척)가 배치되지만 최근 2개 편대로 증강됐다고 한다. 어업 지도선은 연평어장 근처의 꽃게잡이 어선들 주변에서 이들이 북쪽 지역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단속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군부대 관계자는 "꽃게잡이 배들이 어장을 벗어나 북쪽 해역으로 올라갈 경우 자칫 북한에 도발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을 자세히 보기 위해 망향전망대에 올랐다. 평소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장소이지만 이날은 텅 비어 있었다. 해무로 인해 시야가 흐렸지만 연평도 바로 앞에 위치한 NLL 인근으로 떼를 지어 조업에 나선 중국 어선들은 똑똑히 보였다.

어림잡아 세어봐도 눈에 보이는 어선만 80여척이나 됐다. NLL 해상 충돌을 우려해 우리 어선도, 북한 어선도 다가가기 어려운 황금어장에서 중국 어선들은 마음껏 활보하고 있었다. NLL을 넘어 내려올 경우 이를 단속해야 하지만 우리 해경이나 해군이 출동하면 곧장 다시 NLL을 넘어가는 일이 잦다. 남북 함정 간 충돌 우려에 무리한 단속도 쉽지 않다.

망원경을 들여다보니 연평도에서 북쪽으로 12㎞ 정도 떨어져 있다는 황해남도 강령군 부포리 해안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북한군은 저 해안 곳곳의 동굴 진지에 해안포를 숨겨 놓고 있다. 올 들어 해안포의 진지 밖 노출 훈련도 강화됐다고 한다. 사거리가 이곳까지 닿는다니 생각하니 긴장감이 더해졌다. 북한 해역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선들도 보였다.

섬 안으로 들어서니 군인들과 식료품 등 군용품을 실은 차량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해병대원들이 모내기 막바지 작업을 위해 대민 지원을 나와 떠들썩한 분위기가 펼쳐졌겠지만 지금은 군의 경계태세가 강화돼 모두 부대 안에 머물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식당 주인 유모(39ㆍ여)씨는 "어제 오늘 군인들이 단 한 명도 외출을 나오지 않아 하루 종일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어떤 쪽으로든 좋게 해결돼야지 주민들이 먼저 굶어 죽게 생겼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북한군의 동향이나 군의 대비 태세에 대해 묻자 "평소와 다름 없이 경계 근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으려 했다.

주민들 대부분은 최근 상황에 대해 별달리 동요하지는 않았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이제 웬만한 북한의 움직임에는 어느 정도 내성도 생긴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이 노골적으로 서해 5도를 지목한 터라 일말의 불안감마저 씻어내지는 못하는 듯했다. 실제로 이날 꽃게잡이 어선 65척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29척만 출항했다.

삶이 우선인 연평도 주민들을 힘들 게 하는 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라 생업인 꽃게잡이가 타격을 입는 것이다. 더구나 이제 막 알을 많이 품은 암 꽃게가 나와'꽃게 시즌'에 접어든 마당에 사단이라도 생겨 조업이 중단되면 큰일이라고 어민들은 울상이다. 한 어민은 "연평도 북측에 암 꽃게가 많이 나오는데 해군이 어로한계선 근처에도 못 가게 한다"며 "황금 어장을 코 앞에 두고도 잡으러 갈 수 없으니 너무나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연평도=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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