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오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009 세계 PL(자체 브랜드) 박람회' 전시장. 세계 70곳이 넘는 국가에서 참석한 3,000여 제조업체들이 자사 부스를 차려놓고 유통업체 바이어들을 상대로 제품 홍보에 여념이 없다. 식품류, 생활용품, 의류 등은 물론 가전, 가구까지 아디이어와 품질 면에서 결코 손색이 없는 제품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 제조업체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포기하고 유통업체 브랜드로 납품 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 당장 브랜드를 버리는 대가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브라이언 샤로프 PL제조회사협회(PLMA) 회장은 "PL은 단순히 유통업체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체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24회째를 맞는 이 박람회에는 해마다 참석 제조업체가 10%씩 늘어나는 추세. 특히 올해 박람회에는 한국관이 처음 문을 열었다. 규모는 아직 미미하지만 8개 제조업체들이 해외 유통업체에 PL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식품용기, 피부 미용타월, 탄력밴드 등 참가 업체들이 선 보인 제품 종류도 다양했다.
이번 박람회에 마스크 팩 등 팩 제품을 내놓은 동의화장품 백욱진 대표는 "굳이 제조업체 브랜드(NB)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PL 제품으로 공급하면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마진이 더 높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박람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PL 제품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월마트는 전체 매출의 40%가 PL 제품 판매로 이뤄지며, 테스코는 그 비중이 50%에 달한다. 국내 유통업체 중에는 유일하게 박람회에 자사 PL 제품 60여종을 선 보인 신세계 이마트 역시 2006년 6%에 불과했던 PL 매출 비중이 작년엔 19%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PL 매출이 전체 매출의 23%에 달하는 10조원을 달성하고, 2012년에는 그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PL 제품 비중이 높아질수록 제조업체들이 대형 유통업체에 종속되고, 결국엔 유통업체의 배만 불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톰 스테펀스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제조업체들이 단 한 곳의 유통업체에만 PL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통업체에 공급을 하기 때문에 종속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상생 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네덜란드)=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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