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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48) 별 볼일 있는 별 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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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48) 별 볼일 있는 별 볼 일

입력
2009.05.2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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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있는 별 볼 일 - 오은

별달리 할 일이 없으니 이별에 대해 말하려 해. 이 별에서 벌어졌던 이별에 대해. 별것 아닌 일일지도 모르지. 이 별에선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천만차별을 받으니 말이야. 천만 명의 인구 중 과연 몇 명이나 별이 될 수 있었을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도 말이야. 그러다 별이나 달지 않으면 다행이지. 알다시피 별일이 다 터지는 별이잖아.

저길 봐, 별을 따려고 눈이 빤짝빤짝 빛나는 사람들을. 별 볼일 없으면 별이라도 함께 보자고 추파 던지는 치들도 있지. 별이 있다면 말 그대로 유별난 소리. 그런데 과연 하늘을 봐도 별을 딸 수 있을까. 이따금 똥 흘리며 떨어지는 별들이 있긴 하지만. 바라보고 있자면 별스럽게도 눈물이 핑 돌아. 그렇게 넋을 놓다가 불현듯 큰 별이 지면 고개 숙여 다 같이 묵념을 해.

그새 별난 사람이 또 샛별을 낳았대. 난 그 별로 날아갈 테야. 밝기별로 늘어서서 광나는 피부를 뽐내야 하는 것은 영 별로지만. 거기서 별 중의 별, 그러니까 별의별처럼 빛날 테야. 별미처럼 블랙홀 속으로 스르르 미끄러질 테야. 은하계의 마지막 별종처럼 사라지며, 각별한 마음을 담아, 작별.

*윤동주의 '서시'에서.

● 시인은 '별'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어휘 목록을 만들었다. 자, 볼펜을 들고 '별' 자를 찾아 동그라미라도 쳐 볼까. 몇 개? 별 하나, 별 둘,… 정말 세어보았나. 당신, 별달리 할 일이 없는 모양이군. 그래, 우리는 오늘 별달리 할 일이 없다. 이렇게 큰 슬픔 앞에 망연한 날에. 오늘은 봉하에서 대한문까지 슬픈 나라의 사람들이 '각별한 마음을 담아, 작별'을 말하는 날. '불현듯 큰 별이 지면 고개 숙여 다 같이 묵념을 해.' 이것은 이 별의 오래되고 아름다운 관습. 묵념의 시간에는 우리 모두 고요하게, 가장 단순하게.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 오은 1982년 생. 200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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