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인파가 갈수록 불어나면서 전국 각지 분향소의 자원봉사자들이 흘리는 땀도 마를 시간이 없다. 밤낮 없이 일하는 이들에게 권양숙 여사는 27일 한명숙 공동장의위원장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추모객이 가장 많이 찾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빈소의 자원봉사자들은 매일 바쁜 아침을 맞는다. 27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들이 몰려 자원봉사자들은 정신없이 식사를 준비해 내가고 빈 그릇을 치우느라 정작 자신들을 밥을 제때 챙겨먹지 못했다.
봉하마을 자원봉사자는 300여명으로 이틀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여전히 일손이 부족하다. 쇠고기 국을 끓이는 솥단지 옆에서 연신 땀을 닦아내던 진영 새마을부녀회장 최금희(45)씨는 "서거 당일부터 매일 빈소를 찾았다"면서 "10만명 분의 식사를 준비하다 보면 쉴 틈이 없지만 먼 길 오신 추모객들에게 밥 한 끼라도 든든하게 먹일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상을 왔다가 일손이 달리는 걸 보고 그 자리에서 팔을 걷고 나선 이들도 있다. 부산에서 온 김모(49ㆍ여)씨는 "어제 친구들과 함께 조문을 했는데 쓰레기라고 치워야겠다 싶어서 봉사에 동참하게 됐다"며 "좋은 일 돕는 거라면 더 기쁠 텐데 슬픈 일로 이렇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국에 넣을 콩나물을 다듬다가 오후 3시가 돼서야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진 봉사자들은 "처음에는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고생했는데 이젠 분업도 잘 되고 익숙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봉사자들은 음식 준비조, 쓰레기 정리조, 추모객 질서 유지조 등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그래도 적은 인력으로 하루 20만명 이상의 조문객들을 맞다 보니 일이 고될 수밖에 없다.
대다수 봉사자는 오전 8시께 빈소에 도착해 오후 11시가 돼서야 귀가한다. 점심, 저녁 식사로 국밥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아침과 밤늦게 찾아오는 문상객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주기 위해 돌아가면서 밤을 새우기도 한다.
빵 상자를 나르느라 분주한 박모(47ㆍ여)씨는 "몸이 힘들어 매일 자양강장제를 먹고 있지만, 무엇보다 장례를 무사히 치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제 일처럼 팔을 걷은 이들의 활동은 문상객들은 물론, 노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큰 감동을 줬다. 한명숙 장의위원장은 이날 자원봉사자들을 찾아 격려하고 "권 여사가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분향의 물결과 전국 각지에 차려진 시민 분향소,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두 손을 모아 가슴 속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해=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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