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한 이모(45) 경호관이 당시 상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은폐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경호팀은 그의 거짓 진술을 알면서도 눈감았다. 경호팀 특유의 상급자에 대한 충성심과 폐쇄성, 임무 실패에 대한 중압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이 경호관의 진술에 의존해 사건 경위를 발표했던 경찰이 뒤늦게 전면 재조사에 나선 데에는 사건 당시 주변 제3초소에 근무했던 전의경 2명과 정토원 선진규 원장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의경 2명은 사건 직후 경호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혼란했던 상황을 경찰에 상세히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당일 이 경호관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경호 중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은 신모 경호관(당시 지휘소 근무)을 26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경호관의 거짓 진술을 확인했다. 신 경호관은 이 경호관이 사고 당시 대통령과 함께 있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사흘간 입을 다물고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신 경호관 뿐 아니라 당시 경호팀이 사건의 진실을 알면서도 조직적으로 덮으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호관이 사라진 노 전 대통령을 찾던 중 만난 선 원장에게 이튿날 전화해 사건 은폐를 시도한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이 경호관이 충격과 자책감, 신분상 불이익 등 심리적 압박으로 허위 진술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남경찰청은 내달 초 현장 조사를 한 뒤 이 경호관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법처리될 경우 경호 대상과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내부 직무규정을 어긴 점을 들어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심부름을 갔던 것이어서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여전히 논란거리다.
한편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경호를 맡고 있는 전직2부 경호팀은 주모 부장과 이 경호관 등 17명 가량으로 이루어졌으며, 노 전 대통령 퇴임 전 당시 염상국 경호실장이 미리 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호관은 1991년 공채로 채용돼 노 전 대통령 취임 당시부터 경호를 맡았고 이후 서기관으로 승진, 지난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봉하마을에서 경호 업무를 수행해 왔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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