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제분업체들이 밀가루의 중간 소비자인 제과업체에게 가격 담합으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일방적으로 설정된 '권장 소비자 가격'에 따라 담합에 따른 가격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일반 소비자(최종 소비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이 인정된 적은 종종 있지만, 최종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분을 전가할 수 있는 중간 소비자의 피해가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 변현철)는 27일 제과회사인 삼립식품이 밀가루 생산업체인 CJ와 삼양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CJ는 12억 3,500만원, 삼양사는 2억 2,8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CJ와 삼양사가 다른 밀가루 제조업체와 함께 공동으로 판매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결정한 행위가 인정된다"며 "이는 경쟁을 부당하게 감소시키거나 제한하는 행위로서, 담합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중간 소비자가 담합으로 인해 입은 손해의 일부 혹은 전부를 전가할 수 있더라도, 담합이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정상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밀가루를 사들인 시점부터 초과 지급에 따른 손해가 확정된다"며 중간 소비자의 담합 피해를 인정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06년 3월 국내 8개 제분업체가 2000년 1월~2006년 2월까지 밀가루 공급물량을 함께 정하고 5차례에 걸쳐 가격을 담합 인상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34억원을 부과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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