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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대통령 국민장/ 경호관 거짓말에 놀아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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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대통령 국민장/ 경호관 거짓말에 놀아난 경찰

입력
2009.05.2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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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경호관 말만 믿고 사건 현장 주변의 목격자를 찾는 탐문 수사도, 경호팀 간 무전 기록이나 폐쇄회로(CC)TV 화면 등 증거를 확보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경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경남경찰청은 27일 서거 경위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거 당일인 23일과 24일 발표한 내용을 모두 뒤집었다. 전직 국가원수의 서거라는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 이운우 경남청장을 본부장으로 94명을 투입한 대규모 수사본부를 차려놓고도 이모(45) 경호관 의 거짓 진술에 놀아난 것이다. 더욱이 경찰은 "경호관은 특수 직종으로 남다른 충성심과 사명감을 갖고 있는 점 등을 감안, 진술의 신빙성을 믿었다"는 어이없는 해명만 내놓았을 뿐, 부실 수사 잘못을 뚜렷이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

당초 경찰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당일 사저를 나선 뒤 투신하기까지 행적을 밝히는 과정에서 동행한 이 경호관과 사저에서 나가는 것을 목격한 사저 경비 전경 2명의 진술만 듣고 1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본부에서 당시 행적에 의문이 있다는 걸 감지한 것은 지난 24일. 봉화산 정토원의 선진규 원장은 이날 이 청장에게 연락, 이 경호관이 24일 전화를 걸어 "경찰 조사에서 원장님 만났다는 진술은 뺐으니 그렇게 알고 계시라"고 말한 사실을 전했다. 이 청장은 바로 조사를 지시했지만, 이 경호관은 "왜 자꾸 부르느냐"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직전 정토원에 들렀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행적에 의문이 제기되자 다급해진 경찰은 25일 밤 사저 경호동으로 찾아가 이 경호관을 재조사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인근 등산로를 지나던 사람을 보고 "누구지?"라고 물었고 이를 확인하기 경호관이 시선을 돌린 사이 투신했다는 당초 발표는 이 경호관의 거짓 진술과 경찰의 부실수사가 빚어낸 한 편의 소설로 드러났다. 특히 부실 수사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근거 없는 음모론이 확산되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문책론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이 당일 행적을 재구성해 발표했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경찰이 밝힌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시점(오전 6시14~17분)은 부엉이 바위와 정토원 간의 거리 등을 토대로 '추정'한 것. 일부에서는 아무리 건장한 청년이라도 왕복 500m의 경사길을 불과 3분 만에 오가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본 마을 주민 박모(63)씨는 "오전 6시께 노 전 대통령을 만났고 30, 40분쯤 뒤 부엉이 바위 아래 쪽에서 '쿵'하는 소리를 들렸다"면서 "5분쯤 뒤에 경호차량이 황급히 왔다 가는 걸 봤다"고 말했다. 박씨 진술이 맞다면 투신 시점은 발견되기 5분전쯤인 6시40분 무렵이 된다. 경찰은 "어림짐작으로 말한 것 아니냐"고 대꾸했다. 그러나 경찰이 밝힌 투신 시점 역시 추정일 뿐이어서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경찰은 또 24일 2차 브리핑에서 당초 오전 6시20분께 사저 외곽경비를 섰던 전경이 노 전 대통령과 경호관이 부엉이 바위에 서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가 27일에는 그 시각을 6시13분으로 바꿨다. 더욱이 수정 경위에 대해 "전경이 근무일지에 정확한 시간을 기록하지 않아 시간대가 틀렸다"는 어설픈 해명만 했다. 재조사 역시 구멍이 적지 않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각종 증거자료 확보와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실체적으로 진실을 규명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이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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