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방송국과 카페 호호미욜 사이의 전깃줄에 작년 7월부터 운동화 두 짝이 매달려 있었다. 의외로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 이들이 많아 그 아래를 무심히 지나쳤던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길 건너편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다 불현듯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았더라면 나도 그 운동화와 만나지 못했을런지도 모른다. 끈으로 두 짝을 묶어 돌팔매질하듯 뱅뱅 돌려 힘껏 던져 올렸을 것이다.
여름 가고 가을, 겨울이 왔다. 운동화는 그 자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빗물을 가득 채웠다가 바람에 말랐다가 소복이 흰눈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땅과 하늘 사이를 청소하는 것이 어느 부서의 소관인지 모르겠다. 청소를 나온 분들은 땅에 버려진 것을 치우기에도 너무 바빴다. 부르르 끓어넘친 한 젊은이의 객기 때문에 공중에 매달린 운동화를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신현림 시인의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라는 시가 떠오르곤 했다.
불타는 운동화, 극동방송국과 카페 호호미욜 사이에서, 그 열정이 버거워 운동화를 벗어던진 그 젊은이는 그날 밤 맨발로 걸어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 운동화는 올봄 가로수를 정리하러 나온 사람들에 의해 치워졌고 잘린 잎사귀들 틈에 버려졌다. 하지만 운동화가 걸렸던 그 자리를 볼 때마다 나도 불타는 내 구두를 벗어던지고 싶다. 드럼을, 슬픈 드럼을 치고 싶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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