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중랑천. 산책로를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로 붐비는 가운데 하천에는 40㎝는 족히 넘어보이는 잉어들이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다. 이곳에서 낚시질을 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자 상황이 금세 바뀌었다. 의정부와 인접한 서울 노원구 노원교 인근에는 평일 오후인데도 강태공 30여명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인근 주민 박모(50ㆍ서울 도봉구)씨는 "주말이면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낚시꾼들끼리 싸움까지 벌인다"고 말했다.
한 낚시꾼이 큰 잉어를 낚아 올리자 금세 40~50명의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즉석에서 줄 자를 대 보니 73㎝ 짜리 초대형 잉어였다.
의정부에서 왔다는 낚시꾼 김모(49)씨는 "서울 같은 대도심지에서 중랑천 같이 제대로 된 '손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면서 "의정부에서는 낚시를 금지해 이곳까지 낚시를 하러 다니곤 한다"며 볼 멘 소리를 했다.
좀 더 하류인 월릉교와 중랑교와 인근에는 20여명이 파라솔을 펼쳐 놓은 채 낚시 삼매경에 빠져있었고 아예 즉석 술판을 벌인 곳도 눈에 띄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낚싯대를 둘러맨 시민들이 점점 많아졌다. 대부분의 강태공들은 30㎝ 안팎의 큼직한 민물고기들을 바구니 한 가득 담아 갔다. 한 시민은 "낚시꾼을 때문에 중랑천 수질이 오염되는 것 아니냐"면서 "차라리 낚시를 금지한 경기도의 판단이 옳은 것 같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중랑천과 탄천 등 경기도에서 서울 한강으로 흐르는 하천에서의 낚시 허용 여부를 놓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낚시를 허용하는 반면 경기도는 이를 전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랑천은 경기 양주시에서 발원해 의정부, 서울 도봉, 노원, 중랑구를 거쳐 성동구 부근에서 청계천과 합류한 뒤 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총 길이는 약 34㎞ 이며 이 가운데 경기도 관할 구역은 절반 가량인 16.8㎞다.
의정부시의 경우, 환경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7월부터 중랑천 의정부시 구간을 낚시 금지 구역으로 정했다. "낚시 등 어로활동이 수질 오염의 주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강력 규제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서울 지역의 경우 청계천 합류지점에서 한강 합류지점까지 3.3㎞ 구간에 대해 민물고기 산란기인 5월과 6월 한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을 뿐 그 외 지역은 낚시를 허용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서 서울 송파를 거쳐 한강으로 흐르는 탄천의 경우도 비슷하다. 성남시 구역의 경우 시 조례로 낚시를 금지하고 있지만 서울 구간은 일부 구간(대곡교∼탄천2교 5.7㎞)을 제외하고는 낚시를 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천법에 따르면 하천 내 낚시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낚시를 금지할 수 없다"면서 "다만 떡밥이나 어분 등 수질 오염 가능성이 있는 미끼를 사용할 경우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경기 지역 주민들이 서울로 '원정 낚시'를 떠나는 기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 도봉과 노원 일대의 낚시꾼 가운데 절반이 의정부 등 경기도민들이다. 또 주민들 사이에서도 "낚시를 허용해야 한다" "환경을 생각해 전면 금지해야 한다" 는 의견이 평행선을 그으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시 경계를 사이에 두고 서울에서는 낚시를 하고 경기지역은 낚시를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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