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에도 추모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만큼 후끈 달아 올랐다. 교복 차림 중고생들의 단체 헌화가 늘고 있고, "애통한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다"며 분향소를 다시 찾는 추모객들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정부 분향소에는 정ㆍ재계 인사, 외교 사절, 일반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오전 11시30분께 분향소를 찾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서민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박 대표는 전날 일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저지로 봉하마을 분향소에 조문을 못한 것과 관련, "심정을 다 이해한다"고 짧게 말했다.
외교 사절들의 조문은 봇물을 이뤘다. 디드릭 톤셋 노르웨이 대사를 시작으로 이스라엘, 덴마크, 리비아 등 20여개국 대사들이 추모했다. 블라디미르 벨라쇼브 우크라이나 대사는 "비극적으로 정치 인생을 마감한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고 애도했다.
재계 인사들도 오전 9시30분께 구본부 LG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조문이 계속됐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의 모습이 보였고, 참여정부 시절 대북송금사건으로 남편(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을 잃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오후 4시께 분향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에서 조문 한뒤 다시 역사박물관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회사원 김모(28)씨는 "24일 대한문 빈소에서 조문 했는데 눈물이 마르지 않아 이곳을 다시 찾았다"고 애석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대한문 분향소에는 '애도의 인간띠'가 이어졌다. 주변 정동길은 물론 지하철 시청역 계단 벽까지 '당신의 환한 미소가 그립습니다' 등 추모글이 새겨진 종이들로 빼곡했다. 분향소 한켠에는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기라'는 고인의 유언이 못내 아쉬운듯 비석건립 모금함도 마련됐다.
조문객에 얼음물이나 냉커피를 건네는 등의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돋보인 봉하마을 풍경은 서울에서도 재연됐다. 여고생들은 분향소 근처에 '길 돌아가십시오' 등의 안내표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틀 동안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백오현(48)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4일 차려진 서울역 분향소에도 조문객 수가 갈수록 늘어 이틀 새 2만명 이상이 몰렸다. 중국에 살다가 2005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허영암(68)씨는 "중국 동포들을 많이 배려해 주신 분이었는데 서거 소식에 온 가족이 울었다"며 "많이 고마웠고 많이 고생하셨다는 말을 고인께 꼭 전해주고 싶다"고 눈물을 훔쳤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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