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호두, 키위, 그리고 민트….'
언뜻 듣기에 유통업체의 수입 상품 이름으로 착각할 지 모르겠지만, 실은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정기 예ㆍ적금 상품명(名)이다. 최근 저금리로 예ㆍ적금 상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자 톡톡 튀는 이름에 맞춤형 서비스를 더해 고객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우리은행의 '키위 정기예금'. '고객의 자산을 키워주고 위하는 예금'이라는 뜻을 가진 상품으로, 거래 식적에 따라 추가 금리를 얹어 준다. 금리도 최고 연 3.65%(1년 만기)~4.3%(3년 만기)로 3% 초반에 불과한 일반 예금보다 높다.
우리은행이 내놓은 '호두 통장'의 원래 이름은 효(孝)라는 한자와 영어(DO)의 합성어인 '효두(孝DO!) 통장'이었는데, 고객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발음이 비슷한 호두로 바꿨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사람을 위한 통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부모님 용돈용 현금카드와 본인 현금카드에 대해 자동화기기 현금인출수수료를 면제해준다. 부모님의 회갑, 칠순, 가족여행 등 효행(孝行)과 관련된 일이라면 중도 해지에 따른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하나은행의 'S라인' 통장은 가입 1년 내 체중을 3% 이내 줄이면 연간 0.3%포인트, 5% 이내 감량하면 0.5%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S라인'이라는 이름만으로 여성 고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영업일 150일만에 25만좌를 넘어섰다.
국민은행이 40대 후반 시니어층을 겨냥해 출시한 '와인(WINE) 정기예금'도 관심을 끌고 있다. 386세대와 65세 이상 노년층 사이에 낀 이른바 'WINE(Well Integrated New Elder' 세대를 위한 상품으로, 24시간 365일 건강상담이 가능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이 박하향처럼 상큼하고 향긋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내놓은 '민트 적금'도 3개월 만에 17만좌를 넘으며 히트상품으로 등극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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